국내 공연계에서 현대무용은 손꼽히는 비인기 장르다. 현대무용 단체들은 주로 소극장에서 이틀 또는 사흘간 2~3회 공연하는 게 일반적이다. 중대형 극장에 올라가는 현대무용 공연은 연간 손에 꼽을 정도로 적은데, 국립현대무용단이 아닌 민간단체라면 공적 지원을 받아 2회 정도 올리는 게 최대치다. 하지만 이마저 매우 드물다. 적은 관객과 비싼 대관료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안무가 김보람이 이끄는 앰비규어스 댄스컴퍼니가 다른 현대무용단은 엄두도 내지 못할 도전에 나섰다. 바로 지난 26일부터 3월 9일까지 12일간 1004석의 CJ토월극장에서 대표작 ‘바디 콘서트’의 15주년을 기념해 15회 공연에 나선 것이다. 공적 지원금이나 기업 협찬도 없이 추진됐다. 티켓 가격도 최고가 10만원으로 책정한 것도 국내 현대무용 공연에서는 유례가 없다. 앰비규어스 댄스컴퍼니가 세계적인 밴드 콜드플레이나 국내에서 신드롬을 일으킨 이날치와의 협업으로 대중에게 이름을 알렸다고는 하지만 이번 공연은 그야말로 무모한 도전이라는 평가가 많다.
김보람 예술감독은 26일 언론과 만나 “‘바디 콘서트’가 15주년이라서 15회 해보기로 했다. 그리고 올해 저희가 5년 만에 서울에서 공연하게 됐는데, 제대로 티켓 가격을 받고 싶었다”면서 “주변에서 앰비규어스 댄스컴퍼니의 이번 공연을 걱정하는 것을 알고 있다. 나 역시 걱정했지만 가끔 무모한 도전도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런 도전을 통해 새로운 전환점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믿는다”고 밝혔다. 이어 지원금 없이 공연을 하게 된 것에 대해 “무용과 같은 기초 장르는 지원금이 중요하다. 다만 나는 여기서 한번 벗어나고 싶었다”며 “실패할 확률이 99%라고 해도 1%의 가능성을 보고 도전했다. 그리고 이제 개막인 만큼 아직 실패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바디 콘서트’는 앰비규어스 댄스컴퍼니의 색깔을 가장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MC해머, 비욘세, 박지윤 등 팝송과 가요 그리고 헨델과 바흐 등 클래식, 여기에 ‘진도아리랑’까지 대중에게 친숙한 11곡에 맞춰 콘서트처럼 춤을 선보인다. 초연 이후 ‘일반인을 위한 현대무용 입문서’라는 평가를 받으며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여러 차례 공연됐다. 이번에는 혼성팀 3개조, 남성무용수 팀, 여성무용수 팀 등 5개 팀이 번갈아가며 무대에 선다.
앰비규어스 댄스컴퍼니는 공연을 앞두고 할인 혜택을 주는 ‘사전예매’ 기간을 길게 가지는 등 마케팅에 나섰다. 하지만 티켓 예매 사이트에서 보이는 티켓 판매 현황은 좋다고 보기 어렵다. 김보람 예술감독은 “관객이 적다고 해서 무용수들이 공연을 못 할 이유는 없다. 무용수들은 이번 공연을 좋아해서 다들 의욕이 가득하다. 끝날 때까지 좋은 공연으로 마무리하고 싶다”면서 “관객들이 이번 공연을 통해 현대무용이 어렵고 낯선 장르라는 편견을 깨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바디 콘서트’는 서울 공연 이후 오는 4월까지 프랑스와 스위스에서 공연한다. 내년에는 프랑스 파리에서 20회 공연도 예정돼 있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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