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경기 침체 속에 비수도권 일부 지역에서 다 짓고도 분양하지 못한 ‘악성 미분양’ 주택이 눈에 띄게 불어나고 있다. 특히 부산·대구·울산·경남 등 영남권에서는 악성 미분양 물량이 7000여가구로 전국 17개 시·도 전체 물량의 3분의 1을 넘어섰다.
국토교통부가 최근 발표한 지난해 12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대구지역 미분양은 8807가구로 경기도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많다. 특히 대구의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2674가구로 전국에서 가장 많았다. 이는 전국 악성 미분양 물량(2만1480가구)의 12%에 달하는 수준이다.
부산은 아예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 물량이 역대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지난해 12월 1886가구를 기록해 한 달 전보다 194가구 증가했는데, 이는 기존 최대였던 지난해 10월 1744가구를 넘어선 수치다.
신규 아파트 미분양도 속출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최근 부산 강서구의 한 아파트는 공급 물량 61가구 모두 청약 미달 사태를 빚었다. 부산 북구 덕천동의 한 아파트는 특별공급 55가구 모집에 34가구만 신청해 평균 0.618대 1의 경쟁률에 그쳤다.
울산에서는 악성 미분양이 1021가구로 전월보다 20가구 줄었지만 미분양 아파트는 4131가구로 한 달 사이에 52.4%(1420가구)나 급증했다. 이같은 미분양 물량 증가는 분양 수익 감소, 중과세 부담 상승 등으로 건설사의 폐업·부도까지 이어질 수 있다.
이에 최근 국민의힘은 비수도권 미분양 주택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적용을 한시적으로 완화해달라고 정부에 요구했다. DSR은 대출자의 소득과 원리금 상환능력을 고려해 대출 한도를 정하는 규제다. 국민의힘은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이 쌓이면서 내수·건설경기 회복을 가로막는다고 판단해 이 규제를 한시적으로 풀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금융위원회는 이런 요구에 “신중히 고려해 나갈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건설·부동산업계는 DSR 규제가 완화되면 대출 한도가 늘어나 미분양 주택을 구매하려는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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