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북도의회 건설소방위원회 소속 도의원들이 소방 출동 태세를 점검하겠다며 일부러 논에 불을 지르고 소방에 신고한 사실이 알려져 비난을 사고 있다.
27일 경북도의회와 소방공무원노동조합 등에 따르면 지난 18일 오후 3시40분쯤 상주시 화산동 한 논두렁에 불이 났다는 신고가 119상황실에 접수됐다. 출동 지령을 받고 2대의 소방 펌프차가 출동했고, 그 중 1대는 8분 만에 도착했다.
신고한 남성은 “상주시 농협쌀조합공동사업법인 앞에 연기가 났다”며 “건물은 아니고 건물 길 건너서 연기가 난다. 논두렁”이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이날 화재는 경북도의회 건설소방위원회가 소방 점검차 기획한 일로 드러났다. 화재 신고자는 경북도의회 건설소방위원회 소속 직원이었고, 출동한 현장엔 지푸라기 등 잡풀이 대형 모닥불 크기로 타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진화에는 10∼20초가량이 걸린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현장에 있던 도의원들은 진화를 마친 소방대원들에게 “신속하게 출동해서 진압을 잘했다”라고 악수를 건네고, “서장님한테 말씀해 주세요”라고 말하며 차량에 다시 탑승해 현장을 떠났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소방공무원 노조는 강력 반발했다. 더구나 ‘기획 화재’를 낸 시기는 정부가 ‘가을철 산불조심기간’(지난 1일~다음 달 15일까지)으로 지정했던 기간이다. 노조는 경북도의회에 강력한 항의 의사를 전달했다.
‘소방을 사랑하는 공무원 노동조합’의 김주철 경북 위원장은 “도의원들의 갑질이고 권한 남용”이라며 “정기 훈련, 불시 출동 훈련까지 따로 있는데 무슨 짓이냐”라고 비판했다.
이에 당시 현장에서 불을 지핀 것으로 알려진 김진엽 경북도의회 건설소방위 부위원장은 “지금 논두렁이 굉장히 축축해서 연기만 나고 화염이 제대로 붙지도 않았다”라며 “경북소방 출동 시간이 전국에서 가장 늦고, 그중에서 상주가 또 최하라서 점검했다”라고 해명했다.
박순범 도의회 건설소방위원장도 “최근 경북 영양에서 소방차 물 분사가 되지 않아 주민의 집이 전소된 일이 있었다”라며 “분사 여부 점검 차원에서 빈 논에 모닥불처럼 불 한 줌을 놨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점검 과정에 불편한 점이 있었으면 앞으로는 보완해서 점검하도록 하겠다”라고 덧붙였다.
경북도의회 건설소방위원회는 박순범 위원장과 김진엽 부위원장, 김창기·남영숙·남진복·배한철·이우청·최덕규·한창화·허복 도의원으로 구성돼 있다. 사건 당일 현장에는 이들 중 2명을 제외한 인원이 나갔던 것으로 전해졌다.
박선영 기자 pom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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