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1차 전지 제조사 아리셀의 경기 화성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23명이 숨진 사건과 관련해 박순관 에스코넥(아리셀 모회사) 대표가 자신은 실질적 경영자가 아니라는 취지로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를 부인했다.
25일 수원지법 형사제14부(부장 판사 고권홍) 심리로 열린 박 대표의 사건 두 번째 공판 준비 기일에서 박 대표 측 변호인은 “아리셀의 실질적 경영자는 아들인 박중언 총괄본부장이다. 박 대표는 모회사인 에스코넥 대표로서 아리셀에 대한 일정 부분을 보고 받은 것이다. 박 대표는 아리셀을 대표하거나 총괄하지 않았으므로 경영 책임을 지지 않는다”라고 주장했다.
박 본부장 측은 이날 발열 감지 모니터링 등 1차 전지의 보관과 관리를 미흡하게 하고 안전 교육·소방 훈련을 시행하지 않는 등 안전 관리상 주의 의무를 위반했다는 혐의를 대체로 부인했다. 박 본부장 변호인은 “화재 연기가 40초 안에 가득 찰 정도로 소화기로 진압되지 않은 특성 등을 고려 시 박 본부장의 업무 과실과 사고 간 인과 관계가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박 본부장은 2021년 11월부터 올해 6월까지 무면허 파견 업체 소속 근로자 320명을 아리셀 직접 생산 공정에 허가 없이 불법으로 받은 혐의에 대해서는 인정했다. 앞서 박 대표와 박 본부장은 지난달 21일 첫 번째 공판 준비 기일에서 증거 기록을 아직 복사하지 못해 확인 등에 시간이 더 필요하다며 공소 사실을 인정하는지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었다.
앞서 박 대표는 아리셀 화성 공장 사고와 관련해 큰 화재 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데도 유해·위험 요인을 제대로 점검하지 않고 중대 재해 발생 대비 매뉴얼을 갖추지 않는 등 안전 보건 확보 의무를 위반한 혐의 등으로, 박 본부장은 산업안전보건법·건축법·파견법 위반과 업무상 과실치사상, 업무 방해 등 혐의로 각각 구속 기소됐다. 다른 임직원 등 6명은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아리셀이 2020년 5월 사업을 시작한 뒤 매년 적자에 시달리자 매출액을 늘리기 위해 불법 파견받은 비숙련 노동자를 투입, 1차 전지 등을 무리하게 생산하다 사고를 낸 것으로 보고 있다. 군납용 전지에 대한 품질 검사 과정에서 시험 데이터를 조작한 혐의로 박 대표 등 아리셀 관계자들을 조사 중인 가운데 내달 사건의 병합 기소 여부를 정할 방침이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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