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북한의 러시아 파병에 대한 우리 정부의 강경 대응을 ‘남의 나라 전쟁 개입’으로 규정하고 공세에 나섰다. 파병 소식이 전해진 초기, 여권과 함께 북한을 규탄하던 기류에서 벗어나 ‘신(新) 북풍몰이’라며 정부 대응을 비판하는 쪽으로 무게추를 옮기는 모양새다.
살상무기 지원 가능성 시사 등 정부의 우크라이나전 개입 움직임을 국내 정치 현안을 덮기위한 국면 전환 시도로 보고 선제적 차단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북한 대신 한국 정부를 겨냥하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28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남의 나라 전쟁에 공격무기를 제공하면 우리가 그 전쟁에 직접 끼어드는 것 아닌가.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회 동의를 받아야 하는 장병 파병 문제도 참관단 이름으로 슬쩍 보낼 생각인 것 같은데, 결코 해서는 안 될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그러면서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 북한이 파병하는 것을 기화로 혹시 한반도 전쟁을 획책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생겨나고 있다”며 “(정부가) 지금 하는 행동을 보면 전혀 근거 없는 억측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박찬대 원내대표 역시 “정치적 위기 해소를 위해 전쟁 위기를 조장하는 것은 우리 국민과 역사에 큰 죄를 짓는 행위”라며 “윤석열 대통령은 살상무기 지원 가능성조차 언급하지 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의 기류 변화는 한기호 국민의힘 의원의 ‘북괴 폭격 문자’ 논란이 결정적 계기가 됐다. 한 의원은 지난 24일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신원식 국가안보실장에게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을 공격하고, 이를 대북 심리전에 활용하자’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냈고, 신 실장은 “잘 챙기겠다”고 답했는 데 해당 메시지가 언론 카메라에 포착됐다. 민주당은 이날 한 의원에 대한 제명 촉구 결의안도 국회에 제출했다.
다만 민주당도 북한의 파병 자체에 대해서는 비판하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파병을 하겠다는 북한의 입장에 대해 강력한 규탄의 말을 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4성 장군 출신인 김병주 최고위원도 러시아와 북한에 협력 중단을 촉구했다.
국민의힘은 야당이 북한의 참전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제시하지 않은 채 정부 비판에만 열을 올린다고 직격했다. 한동훈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이 북한의 참전과 관련한 여러 상황에 대해 비판의 화살을 우리 정부와 국민의힘에 돌리고 있다”며 “야당이니 그럴 수 있지만, 이것은 답해 달라. 북한 참전에 대한 민주당의 진짜 입장은 뭔가”라고 따져 물었다.
추경호 원내대표도 “세계 각국 정부와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김정은 정권의 위험한 도박이 심각한 안보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며 “그런데 우리 야당은 그 책임을 대한민국 정부에 뒤집어씌우고 이를 정권 퇴진 공세에 이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장군 정현수 기자 genera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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