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과 이란의 공방 격화 등 중동 정세가 악화하면서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리더십도 시험대에 올랐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확전에 나서면서 미국을 ‘패싱’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한편,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연일 조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 실패가 전쟁의 원인이 됐다고 해리스 때리기에 나서고 있어서다.
뉴욕타임스(NYT)는 2일(현지시간) “해리스는 이스라엘·이란 분쟁 격화라는 문제를 피할 수 없게 됐다”며 “텔아비브 상공의 미사일은 세계가 혼돈에 빠졌다는 트럼프의 내러티브를 뒷받침하고 있고, 전쟁이 끝날 것이라는 희망도 증발시켰다”고 보도했다.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미국 대선을 앞둔 와중에 연일 중동에서 전선을 확대하는 중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이어 레바논, 이란까지 전쟁을 확대하고 있지만 별다른 중재 역할을 하지 못 하고 있다. 다만 이스라엘이 공세에 나서고 전선을 확대하면 뒤늦게 지지하는 모양새다.
해리스는 이란에 대해 “중동을 불안정하게 하는 위험한 세력”이라고 비난했다. 바이든 대통령도 이날 동맹인 이스라엘에 대해 보복 공격을 한 이란을 제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란에 대한 새로운 제재를 포함한 대응을 공조하기 위해 주요 7개국(G7) 정상들과 통화에 참여했다. 다만 바이든은 이스라엘이 이란의 원자력 시설을 공격하는 방안을 지지하느냐는 기자들 질문에는 “아니다(No)”라고 답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하마스에 납치된 이스라엘 포로들을 복귀시키기 위해 외교적 노력을 기울이는 한편,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정전 협상을 시도해왔다. 하지만 결과는 전쟁 확대라는 정반대로 나타났다.
트럼프는 연일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바이든 행정부 동안 전 세계가 전쟁에 빠져들었다는 주장을 이어가고 있다. 트럼프는 지난 1일 “지금 중동에서 날아다니는 미사일을 보고, 러시아·우크라이나에서 일어나는 일을 보고, 세계를 파괴하는 인플레이션을 보라”며 “내가 대통령으로 있는 동안에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부통령 후보인 J D 밴스 상원의원도 전날 TV토론에서 “트럼프는 세계에 안정을 가져다 줬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트럼프는 일관되게 세계를 더 안전하게 만들었다”며 “이란과 하마스와 그 대리인들이 언제 이스라엘을 공격했나? 카멀라 해리스 행정부 시절이었다”고 지적했다.
해리스는 딜레마에 빠진 상황이다. 이스라엘에 확전 자제를 요청할 경우 ‘반(反)이스라엘’ ‘반 유대주의자’라는 공화당의 비판은 불가피하다. 반면 이스라엘을 적극적으로 지지할 경우 경합주 중 하나인 미시간주의 팔레스타인계와 레바논계 유권자들의 거센 비판이 따라오기 때문이다.
NYT는 “미국 유권자들은 외교정책을 경제나 낙태, 인플레이션이나 후보의 인성보다 우선순위 목록 아래에 두고 있다”면서도 중동 문제가 ‘무능한 민주당’ 탓이라는 트럼프의 주장에 도움을 주고 있다고 전했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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