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은 이원석 검찰총장이 지난 23일 김건희 여사의 이른바 ‘명품가방 수수 의혹’ 사건과 관련해 수사심의위원회를 직권 소집하기로 결정한 것과 관련해 “담담하게 보고 있다”고 밝혔다. 검찰의 최종 처분이 이뤄지지 않은 단계임을 감안해 반응을 최소화하는 것인데, 수심위가 소모적 논쟁을 매듭지을 계기가 될 것이라는 판단도 엿보인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25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그렇게 했구나’ 하고 보는 데 가깝다”며 “그저 담담하게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수심위 개최에 대해 대통령실은 유쾌해 하지도, 그렇다고 불쾌해 하지도 않는다는 설명이다. 대통령실은 지난 23일 이 총장의 수심위 소집 결정 직후에도 “지켜보겠다”고만 했었다.
이 총장의 수심위 직권 소집은 일선 수사팀의 결론을 그대로 승인하기보다는 한 단계의 수사 절차를 추가한 것이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해당 가방을 직무와 관련된 청탁의 대가로 보기 어려우며, 청탁금지법상 공직자의 배우자에 대한 처벌 조항도 없다는 측면 등을 종합해 무혐의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이 총장의 수심위 소집 결정은 여권에서 여러 해석을 낳았다.
사실상 법리 해석이 끝난 사안을 놓고 외부 일반인의 의견을 듣겠다는 것은 불필요한 절차가 아니냐는 반응도 없지 않았다. 그간 법조계에서는 국민적 법 감정과 별개로 청탁금지법의 구조상 김 여사가 기소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박성재 법무부 장관은 같은 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사건 처분 보고를 받지 못했음을 전제로 하면서도 “규정이 없어 처벌을 못하면 입법을 해줘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대통령실은 이 총장의 결정에 대해 유의미한 반응을 내놓지 않으면서 관망하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수심위를 열지 않는다고 해서 논란이 안 되는 것도 아니다”며 “(열지 않는다면) 야권이 왜 ‘검찰이 봐주기를 하느냐’는 논란을 또 제기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일반인의 시각이 반영되는 수심위가 차라리 소모적 논쟁을 차단할 계기가 되길 기대하는 모습도 엿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 총장의 수심위 개최 결정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은 그간 야권이 특검법 도입을 주장하는 사안들에 대해 수사기관의 결론부터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밝혀 왔다. 윤 대통령은 지난 5월 취임 2주년 기자회견 자리에서 “아내의 현명하지 못한 처신으로 국민들께 걱정 끼쳐드린 부분에 대해 사과드린다”고 말했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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