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에서 11살 소년이 잔혹하게 살해당하는 사건을 놓고 용의자가 아프리카 이민자 출신이라는 가짜뉴스가 소셜미디어(SNS)에 일순간에 확산해 현지 여론이 발칵 뒤집혔다.
최근 영국에서도 유사한 사건을 두고 극우 세력이 이민자를 겨냥한 가짜뉴스를 SNS에 퍼뜨려 반(反)이민 폭력 시위가 벌어지는 등 갈등이 극대화된 바 있다. 온라인상의 가짜뉴스 문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일(현지시간) 스페인 EFE 통신, 영국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지난 18일 스페인 톨레도의 작은 마을에서 괴한이 휘두른 흉기에 친구들과 축구를 하던 11살 소년이 숨졌다.
용의자는 현장에서 도주했고, 경찰은 사건 발생 30시간 만인 19일 20세 남성을 체포했다.
그런데 사건 직후부터 용의자가 체포되기 전까지 SNS에 범행을 저지른 이가 북아프리카 출신 이민자라거나, 스페인으로 들어온 난민 출신 미성년자라는 근거 없는 가짜뉴스가 무분별하게 퍼졌다.
그런 가짜뉴스의 중심엔 스페인의 극우 선동가이자 정치인인 알비세 페레즈가 있었다.
페레즈는 사건 직후인 지난 19일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 계정에 마치 이번 흉기 난동과 아프리카 이민자 사이에 연관성이 있다는 듯한 글을 올렸다. 그는 엑스에 올린 글에서 “8월 5일 아프리카인 50명이 마을에 도착했다”라면서 “5000명도 안 되는 평화롭던 곳에 강간, 강도, 살인이 발생하고 있다”고 적었다. 이어 “미디어 vs 현실”이라는 의미심장한 문구를 덧붙였다.
올해 34세인 그는 반(反)이민 표심을 공략하는 인물로, 지난 6월 유럽의회 의원으로 선출되며 유럽 중앙 정치무대에도 진출했다.
그가 올린 엑스를 기점으로 용의자 신원에 대한 잘못된 정보가 온라인에서 퍼지자 숨진 소년의 유족들도 가짜뉴스 확산을 멈춰달라고 호소했다.
이들은 “이것은 인종이나 이념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 경찰이 일하게 해달라”고 촉구했다.
경찰 조사를 통해 용의자가 부서진 뒷문을 통해 범행 장소로 들어가는 등 현장 출입로를 잘 알고 있던 인물이라는 정황이 드러났지만 가짜뉴스 게시물의 조회 수는 계속 증가했다.
스페인 당국이 체포한 용의자는 젊은 백인 남성이었다. 당국은 이후 입장을 발표해 가짜뉴스가 얼마나 사람들의 감정을 현혹하는지 지적하기도 했다.
중도좌파 사회노동당 소속의 정치인 밀라그로스 톨론은 SNS를 ‘오류의 쓰레기장’이라 칭하고, 고의로 가짜뉴스를 퍼트린 이들을 향해 “11세 어린이의 죽음과 같은 인간의 고통을 이용해 증오의 씨앗을 뿌리는 이들”이라고 맹비난했다.
영국에서도 유사한 방식의 가짜뉴스가 확산하며 반이민 정서에 불을 붙인 바 있다. 지난달 말 댄스 교실에 침입해 어린이 3명을 숨지게 한 흉기 난동 용의자가 모슬렘 망명 신청자라는 가짜뉴스가 누리소통망을 통해 퍼졌고, 폭력적인 극우 시위가 발생하며 사회적 문제로 비화했다.
박선영 기자 pom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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