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인공지능(AI)에 대한 회의적인 인식이 나오고 있다. 챗GPT가 등장한 이래로 우후죽순 AI를 활용한 스타트업들이 나타났다. 투자금도 당연히 성장가능성이 높아보이는 AI 기술을 활용한 스타트업에 몰렸다.
14일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 피치북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미국 스타트업에 몰린 자금은 556억 달러(약 75조7438억원)였다. 이중 절반가량인 271억 달러(약 36조9183억원)는 AI 스타트업에 투자됐다. 스타트업 투자 혹한기 속에서도 수많은 자금이 AI에 몰린 것이다. 그러나 최근 AI 기술을 사용하지 않았지만, AI를 사용했다고 허위로 광고하는 ‘AI 워싱’ 기업들이 수면 위로 떠 오르고 있다.
지난 3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투자자문회사인 델피아와 글로벌프리딕션스에 AI 워싱을 이유로 각각 22만5000 달러(약 3억532만원), 17만5000 달러(약 2억3747만원) 총 44만 달러의 벌금을 부과했다. 델피아는 2019년~2023년 SEC에 제출한 연례 보고서에서 AI와 머신러닝 등을 활용한 투자 전략을 세웠다고 쓰고 이를 홍보에 활용했다. 그러나 SEC는 이를 허위로 판단했다. 블룸버그 법률 분석에 따르면 S&P 500 기업 가운데 40% 넘는 기업들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연례 보고서에서 AI를 언급했다. 그만큼 AI가 성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는 지난 8월 한 AI 스타트업을 강제 폐업시켰다. 이 스타트업은 AI를 활용한 이커머스(전자상거래) 플랫폼으로 수익을 극대화 할 수 있다고 광고했다. 그러나 거짓 주장으로 조사돼 FTC가 문을 닫게 한 것이다. 영국 벤처캐피털 회사 MMC벤처는 ‘AI 스타트업’이라고 주장하는 유럽 스타트업 2830곳 중 44.1%(2019년 기준)가 AI 기술을 활용했다는 제대로 된 증거를 내놓지 못했다고 밝혔다.
국내 스타트업 업계에서도 ‘AI’가 붙으면 투자금을 모으기 쉽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한 VC 심사역은 “AI에 투자금이 몰리는 상황에서 실제로 AI를 도입하지 않았어도 도입할 예정이라고 말하면 투자가 이뤄지기도 했다”고 말했다. 한 스타트업 대표는 “스타트업 대표들 사이에서는 스타트업 홈페이지 도메인 뒤 ‘.AI’가 붙기만 해도 투자가 이뤄진다고 농담 반 진담 반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고 말했다. 포브스는 “AI를 언급한 스타트업은 그러지 않은 스타트업보다 15~50%까지 투자를 더 유치했다”고 밝혔다.
한편 피치북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글로벌 벤처캐피털(VC)의 투자 건수는 1만6773건, 투자 금액은 1697억 달러(약 231조2841억)로 집계됐다. 2022년 상반기 투자 건수는 2만9421건으로 투자 금액은 3351억 달러(약 456조6407억원)였다. 2년 전과 비교하면 올해 상반기는 투자 건수와 투자금 모두 반 토막이 났다. AI 워싱 현상으로 스타트업 투자가 더욱 위축될 우려가 나온다.
한명오 기자 myung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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