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의 헬기 추락사로 치러지는 보궐선거 후보자가 보수 강경파 성향의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마즐리스(의회) 의장을 포함한 6명으로 최종 확정됐다고 AP통신이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란 선거관리위원회는 이날 브리핑에서 “대통령 선거 출마를 신청한 80명 중 6명이 헌법수호위원회 심사에서 후보 자격을 얻었다”고 밝혔다. 헌법수호위는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를 포함한 성직자 12명으로 구성돼 있다. 대통령 후보 결정권을 가진 만큼 이란의 국정 기조를 상당수 좌우할 힘을 가진 기구로 평가된다.
헌법수호위는 앞서 라이시 대통령이 승리한 2021년 대선 당시 후보를 7명으로 결정했는데, 무려 600여명의 신청자를 압축한 결과였다. 라이시 대통령의 유고로 치러지는 이번 대통령 보궐선거는 오는 28일 치러진다.
대부분 보수파로 평가되는 후보자 명단에서 주목할 인물은 단연 갈리바프 의장이다. 그는 2020년 국회의장 격인 마즐리즈 의장직에 처음 올랐고, 지난달 새 회기에서 재석 287명 중 197명의 찬성을 얻어 직을 유지했다.
이란 공군 조종사 출신인 갈리바프 의장은 1996년 이란 혁명수비대(IRGC) 공군 사령관, 2000년 경찰청장을 지냈다. 2005년 수도 테헤란시장으로 선출돼 2017년까지 재임했다.
AP통신은 “가장 유력한 후보는 갈리바프 의장”이라며 “하지만 갈리바프가 1999년 이란 대학생들을 폭력적으로 진압했고, 경찰청장이던 2003년 학생들에게 실탄 사용을 명령한 사실을 많은 사람이 기억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의 측근인 사이드 잘릴리도 6명의 후보 중 하나로 이름을 올렸다. 2007년과 2013년 핵협상에서 이란 측 대표로 나섰고, 외무차관을 지냈다. 아미르호세인 가지자데 하셰미 현 부통령, 알리레자 자카니 테헤란시장, 무스타파 푸르모하마디 전 법무장관도 대선 후보자로 결정됐다.
이란 IRNA통신은 지난 3일 80명의 신청자를 분석하면서 이들 5명의 후보를 ‘보수파’, 혹은 ‘근본주의자’로 분류했다. 이날 최종 결정된 6명의 후보 중 마수드 페제시키안 마즐리스 의원은 당시 IRNA에서 유일하게 ‘개혁주의자’로 평가됐다.
심장외과의 출신으로 타브리즈의대 총장을 지낸 페제시키안은 2022년 이란 시민들이 종교경찰의 폭력에 저항했던 ‘히잡 시위’ 당시 “무력으로 종교적 신앙을 구현하는 것은 과학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사실상 시위대를 옹호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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