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기간 갈등을 빚어 온 유튜버를 대낮 법원 앞에서 흉기로 무참히 살해한 혐의를 받는 50대 유튜버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출석을 포기했다.
11일 부산 연제경찰서에 따르면 피의자 A씨는 이날 오후 2시30분 부산지법에서 예정된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지 않기로 했다. A씨는 “어차피 구속되는 상황이라 영장실질심사에 불참한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A씨의 구속 여부는 서면 심리만으로 이뤄져 이날 오후 늦게 결정될 전망이다.
A씨는 지난 9일 오전 9시52분쯤 부산 연제구 부산법원 종합청사 앞에서 다른 50대 유튜버 B씨를 미리 준비한 흉기로 여러 차례 찔러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A씨는 범행 직후 차량을 이용해 도주했지만, 같은 날 오전 11시35분쯤 경북 경주에서 검거됐다. 경찰은 A씨가 흉기를 미리 준비한 점 등을 미뤄 계획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A씨는 그러나 경찰 진술에서 “혼을 내주고 싶었을 뿐 죽일 생각은 없었다”며 “겁만 주려고 찌른 것인데 이후 기억은 안 난다”는 취지로 말하며 우발적 범행을 주장했다.
경찰 조사 결과 A씨와 B씨는 지난해부터 서로 비방과 폭력 혐의로 200건에 달하는 고소, 고발을 주고받는 등 갈등을 빚었다. 사건 당일에도 A씨는 B씨 폭행 혐의 피고인으로 재판에 출석할 예정이었다. 재판을 방청하려던 B씨가 법원 앞에서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하자 범행을 저질렀다.
당시 상황이 유튜브 방송에 실시간으로 송출돼 논란을 빚기도 했다. B씨가 휴대전화를 떨어뜨리면서 공격 장면이 화면에 직접적으로 담기지는 않았지만 비명 등 잔혹한 상황을 추정할 수 있는 소리가 그대로 전달됐다.
A씨는 범행 이후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마지막 인사를 드립니다. 경주에서 검거됐습니다. 바다를 못 본 게 조금 아쉽습니다. 그동안 고마웠습니다”라는 취지의 글을 올리기도 했다. 경찰은 A씨가 검거된 이후에는 휴대전화 등을 더는 사용하지 못하는 점 등을 고려했을 때 검거되기 직전 해당 글을 쓴 것으로 추정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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