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체포→소감’까지… 부산 칼부림 생중계 시민들 경악

9일 오전 부산 연제구 부산지법 앞에서 50대 유튜버가 평소 갈등을 빚던 다른 유튜버를 흉기로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차량을 타고 도주했던 유튜버는 사건 발생 1시간40여분 만에 경북 경주에서 경찰에 붙잡혔다. 이번 사건은 라이브 방송 중 벌어지는 바람에 피습 현장과 비명 소리 등이 담긴 영상이 고스란히 생중계됐다. 도망쳤던 유튜버는 체포된 직후 자신의 채널 커뮤니티에 직접 검거된 소식을 전하는 뻔뻔함도 보였다.

두 유튜버는 방송 중 서로를 비난하면서 갈등을 빚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가해자 A씨와 피해자 B씨가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면서 서로 알게 됐고, 상대에 대한 비난·비방으로 법적 다툼까지 벌이던 중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숨진 유튜버 B씨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에는 범행 당시 상황이 담긴 영상이 올라왔다. 라이브 방송 중 영상이 자동으로 업로드된 것으로 추정된다. 4700여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B씨는 이날 ‘팬분들 112 신고 준비’라는 제목으로 방송을 시작했다. 그는 방송 도중 “생명 걸고 방송하는 사람은 나밖에 없다” “법원 앞입니다. 들어가서 안전한 곳에 있으려고” “저 안에서 때릴 수 있겠나”고 말하는 등 자신의 신변이 위험하다는 사실을 아는 듯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1시간32분3초 분량의 영상에는 법원 앞에서 길을 걷던 B씨가 뒤에서 다가온 A씨에게 습격당하는 순간이 담겼다. B씨는 “아무리 이러다 X되는 상황인 것 같다. 긴장되네”라고 말을 하는 순간 공격을 당했다. B씨는 “악! 하지마”라면서 비명을 질렀고, 고통을 호소하는 목소리는 서서히 멀어지더니 이내 조용해졌다.

문제의 영상은 사건 발생 약 6시간 만인 오후 4시30분 기준 성인인증을 거쳐야만 조회할 수 있도록 조치된 상태다. 그러나 영상 시청 자체가 차단되진 않고 있다. 그 사이 영상은 칼부림 장면 등만 편집돼 다른 유튜브 채널에서 확산하고 있다.


구독자 9100여명이 있는 A씨는 범행 현장에서 도주한 직후 채널 커뮤니티에 글을 올려 심경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그동안 저를 아껴주시고 응원해주신 구독자님들께 죄송하다”며 “하지만 타인의 행복을 깨려는 자를 도저히 용서할 수 없었다. 변명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또 지인을 향해 “내가 죽을 만큼 사랑했고, 지금도 내 목숨처럼 사랑하는 사람아”라며 “나는 이제 돌아올 수 없는 길을 간다”라고 적기도 했다.

A씨는 심지어 경찰에 붙잡힌 직후에도 한번 더 글을 남기기도 했다. 그는 오전 11시30분에서 낮 12시 사이로 추정되는 시간에 “마지막 인사드린다. 경주에서 검거됐다”는 글을 올렸다.

이를 두고 누리꾼들은 체포된 용의자가 자유롭게 소셜 미디어 글을 올리는 게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A씨가 올린 댓글에는 “뉴스 기사에 11시30분쯤 검거됐다는 데 댓글은 어떻게 남기는 것인가” “경찰이 휴대폰 압수도 안하고 글 올리는 것도 제지 안 한 것 아닌가” “수갑도 채우지 않고 데려간 것인가” 등의 반응이 올라왔다. 해당 채널은 유튜브 커뮤니티 가이드 위반 사유로 이날 오후 결국 삭제됐다.

이정헌 기자 h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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