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아파트 현관문 비밀번호를 바꾸고 문을 열어주지 않자 자기 집 우유 투입구에 불을 붙인 혐의로 기소된 50대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재판장 조승우)는 현주건조물방화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게 최근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10월 16일 서울 서초구 자신의 집에 들어가려 했으나 현관문 비밀번호가 바뀌어 있었다. 문을 두드려도 열어주지 않았다. 당시 아내는 술을 마시고 귀가한 A씨의 가정폭력을 우려해 문을 열어주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화가 난 A씨는 현관문 하단에 설치된 우유 투입구의 문을 열고 일회용 라이터로 불을 붙여 현관문 내부가 그을리게 했다. 그는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A씨는 수사기관에서 “아내가 현관문을 열도록 겁주기 위해 불을 붙였던 것”이라고 진술했다. 아내 역시 “남편이 이전에 집에 불을 내거나 내겠다고 한 적은 없다. 제가 집에 있으니 바로 불을 끌 것이라 생각해서 겁주려고 불을 붙인 것 같다”라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한다.
재판부는 “피고인에게 미필적으로나마 아파트 건물 자체에 불이 붙을 가능성까지 인식 또는 용인하려는 고의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이어 “A씨가 불을 붙인 당시 집에는 아내뿐 아니라 딸도 거주하고 있었고, 앞집에는 나이 든 어머니가 거주하고 있었다”며 “A씨가 불을 질러 가족들을 위험에 빠뜨릴 의도가 있었을지는 의문”이라고 했다.
재판부는 또 “A씨가 일으킨 불은 화력이 약해 건물 내부 화재방지 센서 등이 작동할 정도의 연기까진 나지 않았고 아내가 페트병에 담겨있는 물을 부어 쉽게 껐다. 설치된 현관문 내부 중 우유 투입구 등이 다소 그을리는 정도에 그쳤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김승연 기자 kit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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