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 남희석이 새롭게 마이크를 쥔 ‘전국노래자랑’이 한 달이 지나도록 시청률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KBS가 돌연 진행자(MC) 교체를 결정하면서 ‘시청률 하락’을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지상파방송의 전반적인 시청률 하락세를 MC 개인 탓으로 돌린 건 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남희석이 처음 MC로 나선 전국노래자랑의 지난 3월 31일 방송분은 시청률 5.5%를 기록했다. 시청률은 4월 7일 6.0%, 4월 14일 5.9%, 4월 21일 6.8%로 소폭 상승했지만, 4월 28일 5.1%로 떨어졌다. 5.1%는 앞선 MC였던 김신영이 올해 진행한 회차들과 비교해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남희석이 진행한 5주간 평균 시청률은 5.8%다. 1대 MC로 ‘전국노래자랑’을 이끈 고(故) 송해의 평균 시청률인 9.4%보다 크게 낮다. 김신영이 진행한 1년5개월간 평균 시청률 4.9%보다 조금 높은 정도다.
앞서 KBS는 송해의 후임으로 전국노래자랑을 진행해 온 김신영에게 지난달 4일 갑작스럽게 하차를 통보했다. 당시 KBS가 별다른 사전 협의 없이 하차를 통보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그 배경을 두고 여러 의구심이 제기됐다. KBS 시청자청원 게시판에는 MC 교체에 반발하는 청원이 줄을 잇기도 했다.
논란이 커지자 KBS는 “시청률 때문”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50대 이상 세대에서 남녀 모두 시청률이 떨어졌다고 KBS는 전했다. 또 김신영이 진행을 맡은 2022년 10월부터 지난 3월 초까지 시청자상담실에 전화나 이메일로 616건의 불만이 접수됐다고 설명했다. KBS는 다만 “그 어떤 MC도 송해의 빈자리를 당장 대체하기에는 역부족”이라며 “시청률 하락이 MC 한 명으로 인한 것임은 결코 아니다”고 덧붙였다.
후임으로 방송인 남희석이 발탁됐다. 남희석은 지난달 29일 서면 인터뷰에서 “전국노래자랑은 누가 해도 어려운 자리고, 아끼는 후배인 김신영씨가 했던 자리라서 걱정도 됐다”며 “제안이 온 다음 날 바로 신영씨와 통화했고, 제 첫 녹화가 끝난 날에는 신영씨가 먼저 전화를 해줘서 서로를 응원했다”고 전했다. ‘일요일의 막내딸’을 자처한 김신영과 달리 현재 남희석은 ‘일요일의 하회탈’ 이미지를 내세워 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일각에선 전국노래자랑의 시청률 하락을 MC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는 건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MC 교체의 컨벤션 효과(특정 사건을 계기로 관심이 집중되는 현상)가 사라지면서 상승세가 꺾였다는 분석이다. 또 넷플릭스를 비롯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가 성장하면서 지상파방송 시청률이 침체기에 빠진 점도 이유로 거론된다.
이정헌 기자 hlee@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