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수수색은, 법원이 발부한 영장에 근거해 진행된다. 수사기관은 은밀하고 신속하게 압수수색을 집행한다. 당사자는 기습적인 압수수색으로 당황하고 위축된다. 형사소송법은 당사자가 영장을 제시받는 단계부터 압수물을 돌려받는 단계까지 당사자의 권리를 세세하게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당사자는 자신의 권리를 잘 알지 못한다. 이 글은 증거를 인멸하거나 압수수색을 피하는 방법에 관한 글이 아니다. 법에 규정된 당사자의 권리를 알려줘 수사기관과 당사자가 동등한 입장에서 제대로 된 수사와 방어를 하도록 돕는 것이 목표다.
수사기관은 압수한 휴대전화를 통해 범죄에 대한 직·간접적인 증거물을 찾으려 합니다. 휴대전화로 확보할 수 있는 직접 증거는 한정돼 있습니다. 예를 들어 명예훼손 사건의 경우 해당 내용이 포함된 문자메시지 등이 직접 증거가 될 수 있지요. 그런데 간접적인 정보라고 해도 수사에 상당한 도움이 됩니다. 수사기관이 휴대전화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정보는 의외로 상당합니다.
1. 통화 기록 : 전화 통화 내역, 수신 및 발신 전화 번호, 통화 시간과 날짜 등
2. 문자 및 메시지 : SMS, MMS, 채팅 앱 등을 통한 텍스트 메시지, 이미지, 비디오. 메시지 등을 통해 전송 및 수신 기록, 전송자, 수신자, 송수신 시간 등
3. 이메일 : 휴대전화에 로그인 된 이메일 계정에 접근하여 전송된 이메일의 내용과 메타데이터를 확인. 이메일 송수신자, 사진이나 비디오 등 이미지 파일 등
4. 소셜 미디어 및 메신저 앱 :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 등의 소셜 미디어 앱, 그리고 메신저 앱(카카오톡, WhatsApp 등)을 통한 메시지, 게시물, 사진 등
5. 웹 브라우징 기록 : 인터넷 사용 기록, 방문한 웹사이트 주소, 검색어 등
6. 사진 및 비디오 : 휴대전화에 저장된 사진과 비디오 파일 등
7. 앱 데이터 : 설치된 애플리케이션에서 생성된 데이터, 즉 앱 내부의 캐시, 로그인 정보, 활동 기록 등
8. 위치 정보 : 휴대전화의 GPS 정보를 통해 사용자의 동선 등
특히 휴대전화의 통화 기록 등은 상당한 양의 정보가 들어있습니다. 먼저 ‘전화 통화 내역’은 휴대전화에 수신하거나 발신한 전화 번호와 통화 시간 및 날짜를 포함하는데, 이는 통화가 이뤄진 시간대와 누가 통화를 걸었는지, 그리고 누가 받았는지를 확인해 전체적인 상황을 파악하는 데 큰 도움을 줍니다.
두 번째로 ‘통화 상대방의 신원 파악’을 통해 관련성 있는 사람들을 확인하게 됩니다. 이 때 전화 통화 상대방의 인적사항은 통신자료 조회 등으로 확인이 가능합니다. 세 번째로 ‘통화 빈도 및 관계 확인’ 과정이 있는데, 이는 통화 기록을 분석하고 특정 인물과의 통화 빈도를 확인해 당사자와 주변 인물과의 관계를 추적하기 위한 것입니다.
예를 들면 한 휴대전화 번호가 다수의 다른 번호와 반복적으로 통화하고 있다면, 이들은 친구, 가족, 혹은 범행의 공모 관계 등이 있을 수 있습니다. 더구나 통신조회를 통해 획득한 정보와 기존 사회적 관계에서 확인한 정보를 교차 검층할 경우 수사 대상의 폭을 넓히거나 줄일 수 있는 것이지요.
특정 사건에 관련된 인물들 간의 통화 빈도와 패턴을 분석해 사건의 동기나 범행 배경에 대한 각자의 역할을 추론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이처럼 휴대전화의 정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수사 단서는 상당합니다.
실제 수사기관이 사용하는 포렌식 관련 사항을 좀 설명하면, 보통 휴대폰에서 암호화되거나 액세스할 수 없었던 데이터를 접근하는 방법으로 특정한 포렌식 툴이나 프로그램을 이용하는데, 이러한 프로그램은 앱 데이터, 이미지, 위치 데이터, 이메일, 시스템·애플리케이션 로그, 삭제 데이터 등 전체 파일 시스템을 추출합니다.
이러한 프로그램을 구동하면 축적된 정보를 시각적으로 쉽게 알아볼 수 있게 구현하는데, 보통 모든 활동이 시간 순서대로 나열되는 타임라인이 중심에 있고 그 기능에서 세부적으로 위치 데이터나 연락처, 통화, 인물 관계도 등이 가지처럼 뻗어나가며 전체적인 상황을 보여줍니다.
휴대전화에서 가장 중요한 통화내역이나 연락처 등을 분석한 화면에는 송신자, 수신자 이름과 전화번호, 다른 사람들 간의 연락 회수, 특정 시간 때 발송하거나 수신한 메시지 등이 기록되며 특히 범죄 시점, 장소 등과 관련성 있는 인물이 그룹으로 형성되기도 합니다.
위치 데이터의 경우 지도 등을 기초로 모든 중요한 이벤트가 표시될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위치, 사진, WiFi 연결, GPS, 기지국 등이 표시됩니다.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여러 디지털 정보를 분석하는 과정을 보면 신기하고 멋있다는 감탄사가 나오기도 합니다.
[허윤 변호사는?] 법무법인 LKB & Patners 형사대응팀, 디지털포렌식팀 소속. 국회, 검찰청, 선거관리위원회, 정부 부처, 교육청, 기업 본사 등 주요 시설에 대한 압수수색을 집행.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검사, 대한변호사협회 수석대변인, 서울중앙지방법원 연계 조기조정위원, 대법원 국선변호인 등으로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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