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개인 비자금을 조달하는 것으로 알려진 ‘노동당 39호실’ 산하 조직이 불법 도박 사이트를 제작해 한국 사이버 범죄 조직에 팔아넘긴 사실이 적발됐다.
국가정보원은 중국 단둥에서 활동 중인 ‘경흥정보기술교류사’ 조직원 신원과 사이트 개발·판매·운영 실태를 파악하고 관련 사진과 영상 등을 입수했다고 14일 밝혔다. 경흥은 김 국무위원장 개인 비자금을 조달 및 관리하는 노동당 39호실 산하 조직이다.
조직원들은 39호실 소속으로, 기존 대남 공작 업무를 담당하는 정찰총국 소속 김광명 단장이 이들을 지휘하기 위해 39호실에 파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김 단장 아래 정류성, 전권욱 등 15명이 조선족 대북 사업가가 소유·운영하는 중국 단둥 펑청 소재 ‘금봉항 복식유한공사’라는 의류 공장 기숙사에 근거를 두고 활동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포털 사이트에 노출된 중국인 신분증에 본인 사진을 합성하는 등의 방식으로 중국인 개발자로 위장해 SNS나 구인·구직 사이트에서 일감을 찾았다. 불법 도박사이트 제작으로 건당 5000달러, 유지·보수 명목으로 월 3000달러를 받았으며, 이용자 증가 시 월 2000∼5000달러를 추가로 챙겼다. 그중 매달 1인당 평균 500달러씩을 북한으로 송금한 것으로 드러났다.
심지어 도박 사이트를 제작해 준 뒤 유지·보수한다는 명목으로 관리자 권한을 얻어 회원들의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베팅을 자동으로 해주는 ‘오토 프로그램’에 악성코드를 심어 회원 정보도 탈취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이런 방법을 통해 확보한 한국인 개인정보 1100여건을 데이터베이스화해 판매를 시도하기도 했다.
한편 국정원은 북한 IT 조직에 불법 도박 사이트용 서버를 구매해 제공한 국내 범죄 조직도 함께 적발했다. 이들이 제공한 서버는 국내 기업 기밀을 해킹하는 데 이용됐다. 국정원은 경찰과 함께 북한 IT 조직에 불법 사이트 제작을 의뢰하고 이를 판매한 국내 범죄 조직에 대한 실체를 규명하고 있다.
국정원은 “경흥 IT 조직처럼 해외에서 사이버 도박 프로그램 등을 개발·판매하는 외화벌이 조직원은 수천 명에 달한다. 대부분 중국에서 불법적으로 활동 중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며 “최근 국내에서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사이버 도박 범죄의 배후에 북한이 깊숙이 개입해 있다는 구체적인 증거가 최초로 확인된 것”이라고 말했다.
성윤수 기자 tigri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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