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화당 대선 경선에 나섰던 크리스 크리스티 전 뉴저지 주지사가 후보에서 사퇴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강력 비판해 온 인물이어서 그의 사퇴는 당내 ‘반(反)트럼프’ 표심 결집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니키 헤일리 전 유엔 대사나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 한쪽이 그의 지지층을 흡수할 경우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강력한 대항마로 부상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크리스티 전 주지사는 10일(현지시간) 뉴햄프셔주 타운홀 행사에서 “내가 후보로 지명될 길이 없다는 것이 오늘 분명해졌다”며 “(후보직 사퇴가) 내가 해야 할 옳은 일”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나는 어떤 식으로든 트럼프가 다시 미국 대통령이 되는 것을 허락하지 않을 것”이라며 “그것은 내 개인적인 야망보다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크리스티 전 주지사는 2016년 공화당 대선 경선에서 탈락한 뒤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했다. 그러나 지난 대선 과정에서 강력한 반트럼프 정치인으로 돌아섰다. 그는 대선 출마를 선언하며 자신이 반트럼프의 구심점이 될 것으로 생각했지만, 전국적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데에는 실패했다. 특히 최근 헤일리 전 대사가 중도층 지지를 끌어모으면서 크리스티 전 주지사 입지가 좁아졌고, 공화당 내 반트럼프 후원자들도 그의 사퇴를 노골적으로 압박해 왔다. 공화당 경선이 ‘트럼프 대 반트럼프’ 구도로 흘러가고 있는데, 표심이 분산돼 트럼프 전 대통령을 저지할 동력이 약화했다는 것이다.
크리스티 전 주지사는 그러나 특정 후보 지지 의사는 밝히지 않았다. 그러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비판하기 꺼리는 사람은 대통령이 되기에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또 “만약 내가 헤일리를 지지한다고 가정해 보자. 그가 몇 개월 뒤 (트럼프) 부통령으로 나오면 내 부탁으로 그를 지지한 사람들에게 어떻겠냐”고 반문했다. 디샌티스 주지사에 대해선 “그가 겁에 질려 나에게 전화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정치권은 그러나 크리스티 전 주지사 사퇴가 공화당 경선 구도에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오는 15일 아이와와 코커스, 23일 뉴햄프셔 프라이머리 등 공화당 초반 경선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후보가 반트럼프 지지층을 어느 정도는 흡수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CNN은 “두 후보 중 한 명이 당의 확실한 (반트럼프) 대안으로 앞서 나갈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최근 헤일리 전 대사가 상승세를 탄 만큼 지지층 흡수에 더 유리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이날 발표된 퀴니피액대 조사에서 헤일리 전 대사는 14% 지지를 얻어 트럼프 전 대통령(61%)에 이은 2위를 차지했다. 디샌티스 주지사 지지율은 10%에 그쳤다.
전날 발표된 뉴햄프셔대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39%)과 헤일리 전 대사(32%) 지지율 격차는 7% 포인트로 좁혀졌다. 크리스티 전 주지사 지지율은 12% 포인트였다.
워싱턴포스트(WP)는 “크리스티 전 주지사 사퇴는 뉴햄프셔주에서 헤일리 전 대사를 위한 더 넓은 길을 열어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뉴욕타임스(NYT)도 “그의 사퇴는 뉴햄프셔주 뿐만 아니라 아이오와주에서도 헤일리 전 대사에 대한 관심을 집중시킬 수 있다”고 전망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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