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에 한쪽 후미등만 켜고 주행하던 주한미군 장갑차를 음주차량이 뒤에서 들이받아 운전자를 비롯한 4명이 사망한 사고에서 한국 정부가 일부 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사고 차량 측 보험사인 삼성화재해상보험이 국가를 상대로 낸 구상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최근 확정했다.
2020년 8월 경기 포천시의 한 도로에서 음주운전 차량이 앞서가던 주한 미군 장갑차를 뒤에서 들이받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로 운전자 포함 차량에 타고 있던 4명이 모두 숨졌다. 당시 운전자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193％였고, 차량은 시속 125㎞로 주행 중이었다.
장갑차는 불빛이 약한 한쪽 후미등만 켜고 호송 차량을 배치하지 않아 도로교통법과 주한미군 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조사됐다. 사고 당시는 늦은 밤이었고 비도 내리고 있었다. 사고 차량의 보험사였던 삼성화재는 숨진 동승자 2명에 대해 2억4800만원을 지급했다.
삼성화재는 이후 정부를 대상으로 지급 보험금 중 30%를 구상금으로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주한미군지위협정(SOFA)에 따라 주한미군 구성원이 직무 수행 중 한국 정부 외 제3자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 손해배상 책임은 한국 정부에 있다.
1심은 장갑차 주의의무 위반과 사고의 인과관계가 없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그러나 2심은 정부가 삼성화재에 2484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2심은 장갑차가 내부 규정을 어기고 충분한 안전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다만 사고 차량 운전자의 음주운전 과실이 큰 점을 감안해 장갑차 측에 10% 책임을 인정했다. 대법원 역시 일부 배상 책임을 인정한 원심 결론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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