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에서 10대 여학생을 성추행한 혐의를 받는 학교 직원에 대한 재판에서 성추행 지속 시간이 10초가 안 돼 범죄로 볼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12일(현지시간) 영국 방송 BBC에 따르면 최근 이탈리아 법원은 성추행 혐의로 기소된 로마의 한 고등학교 관리 직원 안토니오 아볼라(66)에 대한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그는 지난해 4월 학교 건물 계단에서 17살 여학생의 바지를 내리고 엉덩이를 만지는 등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재판에서 그에게 징역 3년6개월 형을 구형했다. 그는 학생의 몸을 만진 사실을 인정했지만 “장난으로 그랬다”고 진술했다.
이탈리아 법원은 성범죄 피고인이 자신의 범행을 시인했음에도 무죄가 선고된 것은 범행 시간이 길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담당 판사는 그의 행위가 10초를 넘기지 않아 범죄 요건을 충족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 그가 여학생을 더듬은 것은 욕정 없이 그저 어색한 행동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해당 판결이 언론에 알려지자 인스타그램과 틱톡 등 SNS에는 ‘잠깐 더듬는다’는 뜻의 ‘팔파타 브레브’라는 말이 ‘10초’ 해시태그와 함께 급속히 퍼졌다. 다수 여성들은 판결에 항의하는 의미로 아무 말 없이 카메라를 응시하면서 자신의 신체를 10초 동안 만지는 영상을 잇따라 올리고 있다.
영화배우 파울로 카밀리가 처음 이같은 영상을 올린 이후 수천 명이 비슷한 영상을 올리고 있다. 인스타그램에서 2940만 명의 팔로워를 가진 이탈리아의 유명 인플루언서 키아라 페라니도 영상을 올렸다.
유명 인플루언서인 프란체스코 치코네티는 틱톡에서 “10초가 긴 시간이 아닌지는 대체 누가 결정하며, 성추행당하는 동안 누가 시간을 잰단 말인가”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5초나 10초는 말할 것도 없고, 단 1초라도 다른 사람의 몸을 만질 권리는 없다”며 “판사가 문제의 남성에게 무죄를 선고한 것은 이탈리아에서 성추행이 일상적으로 벌어지고 있음을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피해 학생은 코리에라 델라 세라지와의 인터뷰에서 “판사는 그의 행동을 장난으로 판결했지만, 나는 그 행위를 장난으로 보지 않는다”면서 “그는 아무 말도 없이 내 뒤로 다가와 바지를 내린 뒤 엉덩이를 만졌다”고 말했다. 이어 “몇 초 동안 나는 그가 내 몸을 만지고 있음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며 학교에 이어 사법부에 의해 또 한 번 배신당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나경연 기자 contes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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