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에서 휴대전화로 불법 촬영을 하던 용의자를 버스 기사와 신고자인 승객, 현장 경찰이 힘을 합쳐 붙잡았다. 불법 촬영 장면을 목격한 승객이 문자로 경찰에 신고했고, 상황을 인지한 버스 기사는 정류장에서 경찰을 발견하자 손을 들어 신호를 보냈다. 용의자가 버스에 탑승해 있는 상황을 고려한 경찰도 신고자와 문자 메시지로만 소통하며 신속히 출동했다.
경찰청은 지난 21일 공식 유튜브 계정을 통해 불법 촬영 용의자를 검거하는 장면을 공개했다.
사건은 지난달 20일 광주 서구에서 발생했다. 버스에 타고 있던 한 승객은 문자 메시지를 통해 112에 “다른 승객 다리를 찍는 사람이 있다”고 신고했다. 신고자가 용의자와 함께 버스에 타고 있는 상황을 고려한 경찰도 문자 메시지로 상황을 계속 주고받으며 출동했다. 신고 사실이 알려지면 용의자가 도주하거나 버스 내에서 난동을 부릴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경찰관들은 버스 위치를 파악한 뒤 다음 정류장에 숨어서 기다렸다. 그사이 신고자는 버스 기사에게 다가가 슬쩍 “이상한 승객이 있어 경찰에 신고했다”고 속삭였다고 한다.
정류장에서 경찰을 발견한 버스 기사는 경찰관들을 향해 손을 들어 ‘이 버스가 맞다’는 신호를 보냈다. 버스 문이 열리자 경찰관들을 향해 엄지손가락으로 뒤를 가리켰다.
경찰관들이 버스에 오른 것을 본 신고자는 머리 위로 손을 들어 옆 좌석을 가리켰다. 신고자가 가리킨 좌석에 가보니 용의자는 좌석 밑에 몸을 웅크리고 숨어 있었다. 경찰을 발견한 용의자가 불법 촬영한 사진들을 황급히 삭제하고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이 휴대전화를 달라고 하자 용의자는 별다른 저항 없이 휴대전화 1대를 건넸다고 한다. 이 휴대전화에는 불법 촬영물로 의심할 만한 사진이나 영상이 없었다. 상황을 수상하게 여긴 경찰은 “휴대전화 2대죠?”라며 숨긴 휴대전화를 달라고 압박했다. 결국 경찰은 용의자의 주머니에서 불법 촬영에 활용한 휴대전화를 찾아냈다. 불법 촬영 증거물을 확보한 경찰은 용의자를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경찰에 체포된 50대 남성은 “전에는 이런 짓을 한 적이 없었는데 순간적인 충동으로 잘못을 저질렀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판 기자 p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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