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기 제조업 시장에 훈풍이 불고 있다. 전 세계적 코로나19 방역 완화 기조로 여행 수요가 늘어나면서 항공사들이 신형 항공기 도입에 열을 올리고 있어서다. 세계 양대 항공기 제조업체인 보잉과 에어버스의 엎치락뒤치락 ‘수주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유럽 항공기 제작사인 에어버스는 1분기 실적에서 민항기 127대를 인도했다고 8일 밝혔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142대를 인도한 것에 비해 11% 감소한 수치다. 이로써 에어버스는 분기 기준 여객기 인도량에서 약 5년 만에 ‘세계 1위’ 자리를 보잉에 내주게 됐다. 보잉은 1분기 실적발표에서 여객기 인도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7% 늘어 130대를 기록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보잉이 에어버스를 넘어선 건 2018년 2월 이후 처음이다.
3월 인도량이 1위 자리를 갈랐다. 보잉은 3월에만 총 64대를 인도했는데, 이는 1~2월 인도량인 66대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에어버스의 3월 인도량인 61대보다도 많았다.
에어버스는 엔진 등 부품 공급 문제가 영향을 줬다. 기욤 포리 에어버스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1분기는 민항기 수요와 헬리콥터 사업 부문에서의 견조한 실적에 탄력을 받았으나, 공급망 불안이 지속되는 등 불리한 운영 환경에 계속 직면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2018년 10월과 2019년 3년 잇따른 추락 사고로 위기를 겪었던 보잉의 1위 자리 탈환은 양사 경쟁을 더욱 치열하게 만들 전망이다. 방역 정책 완화 이후 항공기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다들 새로운 항공기 도입에 열을 올리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에어버스와 보잉은 전 세계 항공사들을 상대로 수주전을 펼치고 있다. 양사는 지난 2월 인도 대형 항공사인 에어인디아로부터 470대 규모의 주문을 받았다. 보잉은 사우디아라비아와 370억 달러(48조 4000억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에어버스는 중국 정부와 160대 규모의 초대형계약을 성사시켰다.
앞으로 원자재·부품 공급난 해결이 양사 실적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에어버스는 2024년까지 A330 월 생산량을 4대로, A350은 2025년 말까지 월 9대 생산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데이브 칼훈 보잉 CEO는 “항공기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며 “고객과의 약속 이행에 함께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인도량을 올리겠다는 얘기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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