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활동 방해를 지시한 혐의에 대해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던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2심 재판을 다시 받게 됐다. 대법원은 조 전 수석의 행위가 직권남용죄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있다며 판결을 뒤집었다.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27일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로 기소된 조 전 수석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조 전 수석과 함께 재판에 넘겨져 원심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에 2년을 선고받은 윤학배 전 해양수산부 차관 판결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됐다. 대법원은 “두 사람 공소사실 중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 2명에 대한 부분은 직권남용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했다.
이들은 박근혜정부와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에 불리한 세월호 조사를 차단하고자 특조위 설립 단계부터 청와대비서실·해수부 공무원들에게 특조위 활동 방해 방안을 마련해 실행하라고 지시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조 전 수석 혐의 일부를 유죄로 보고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2심은 조 전 수석이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 등에게 특조위 대응방안 문건을 작성하도록 한 행위가 외형적으로 직무 권한을 벗어난 행위는 맞지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것은 아니라고 보고 무죄를 선고했다. 공무원들은 조 전 수석 직무집행을 보조하는 실무 담당자들일 뿐인데 이들에 대한 직무집행 기준과 절차가 법령에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지 않다고 했다.
대법원은 해양수산부 공무원 2명이 당시 맡았던 업무를 고려해 판결을 뒤집었다. 당시 A씨는 해양수산부 해양정책질장으로서 특조위 설립준비 관련 업무를 맡았고, B씨는 특조위 설립준비팀장으로 지원 근무 중이었다.
대법원은 “A씨와 B씨는 특조위 파견 공무원에 준하는 직무상 독립성이 요구된다”며 “특조위 독립성을 규정하고 있는 ‘세월호진상규명법’ 제4조 등은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이나 특조위 직원이 따라야 할 직무집행의 기준을 정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조 전 수석이 A씨와 B씨로 하여금 ‘특조위 위원 내정자 등을 통한 설립준비단 활동 개입 방안’ 등이 포함된 대응방안 문건을 작성하게 한 것은 직무수행의 원칙을 위반해 업무를 수행하게 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다만 대법은 조 전 수석, 유 전 차관과 함께 재판에 넘겨진 이병기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김영석 전 해양수산부 장관, 안종범 전 경제수석에 대해서는 검찰 상고를 기각하고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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