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차가 들이받은 썩은 가로수가 넘어지면서 인근 차량을 덮쳐 차 안에 있던 운전자가 숨진 사고에 대해 화물차 기사가 무죄를 받았다. 가로수가 이미 썩어 있었던 만큼 나무가 넘어진 것을 운전자 탓으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북부지법 형사10단독 곽태현 판사는 최근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치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화물차 운전자 A씨(37)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과실과 가로수의 전도, 피해자의 사망이라는 결과 발생과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A씨는 2021년 8월 30일 서울 성북구 보문동의 한 도로에서 화물차를 몰고 가던 중 주차를 하다 가로수를 들이받았다. 가로수는 약 1분 뒤 쓰러지며 인근 차량을 덮쳤고, 해당 차량 운전자 B(46)씨는 사고 2주 뒤 사망했다.
재판부는 가로수가 차량을 덮쳐 B씨가 숨진 것으로 봤지만, A씨가 가로수를 넘어뜨렸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먼저 화물차가 가로수를 충격한 정도가 심하지 않은 점을 근거로 들었다. 또 가로수를 썩히는 특정 버섯이 50％ 이상 해당 나무 밑동에 자라 있었던 데다 사고가 일어났던 달 초부터 이미 나무가 15도 이상 기울어져 있었다는 점이 확인됐다. 이에 재판부는 사고가 아니더라도 넘어질 가능성이 큰 나무였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 차량에 의한 충격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가로수가 (부패로 인해) 전도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근거는 없다”고 설명했다.
사고 이틀 전 인근 건물의 건물주가 ‘가로수 생육 상태가 너무 좋지 않은 것 같다. 가로수가 차도 방향으로 심하게 기울어 있어 위험해 보인다’는 민원을 넣은 사실도 알려졌다. 당시 나무의 상층부는 맨눈으로 보기에 큰 이상이 없어 비전문가가 나무의 부패를 알아차리기는 어려웠던 것으로 파악됐다.
담당구청 조경팀은 사고 10여일 전부터 사고 당일까지 서너 차례 가로수를 관찰하고도 나무가 전도될 가능성은 적다고 판단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영은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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