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에서 철수한 스포츠 의류 브랜드 ‘케이스위스’ 매장 매니저들이 수억원에 이르는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 국내 판권을 갖고 있던 ‘디앤액트(옛 화승)’로부터 업무 수탁을 받은 중간업체의 실질적인 대표가 종적을 감추면서다. 피해 매니저들은 계약 최종 당사자인 디앤액트 측에 보증금 반환을 요청했지만, 디앤액트는 “우리도 피해자”라며 책임을 수탁업체로 돌리고 있다.
16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케이스위스 매장 매니저(중간관리자) 36명은 지난 1월 서울중앙지법에 디앤액트와 수탁업체 K사를 상대로 보증금 반환 청구 소송을 냈다. 토종브랜드 ‘르까프’로 잘 알려진 디앤액트는 4년 전 경영난으로 기업회생절차를 밟기도 했다.
이들이 낸 소장에 따르면 드러난 피해액만 3억5000만원에 달한다. 소송 미참여 매니저들까지 합하면 피해액은 8억원대로 늘어난다. 소송에 참여한 A씨는 “(수탁 업체가) 아무 일 없다는 듯이 물건(재고)을 다 보내라고 했는데 보증금(1000만원)은 들어오지 않았다”며 “케이스위스 회사니까 그것만 믿고 계약을 했는데 이게 말이 되느냐. 소송에 참여하지 않은 피해자도 여럿이다”고 했다.
현재 K사의 실질적 대표 송모씨는 연락이 끊겼고, 직원들도 출근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송씨는 과거 디앤액트에서 케이스위스 사업부문 대표를 맡았던 인물이다. 그는 직원들에게 ‘새로운 브랜드를 준비하고 있는데 지분을 주겠다’고 속여 투자금을 뜯어냈다는 의심도 받고 있다.
매니저들은 원청격인 디앤액트에게 보증금 반환 책임이 있다고 주장한다. 위탁 당시 디앤액트가 “대리점 및 거래처와 체결한 모든 계약의 당사자로서 계약상의 의무를 계속적으로 이행하겠다”는 고지도 했다.
그러나 디앤액트는 본인들도 피해자라는 입장이다. 디앤액트 관계자는 “수탁업체 대표가 잠적하면서 어느 분이 얼마만큼의 피해를 봤는지도 파악이 안 되고 있다”며 “지급 의무를 회피한다는 건 아니다. 수탁업체의 정산 내역이 명확하게 소명된 뒤 책임질 부분이 있으면 책임지겠다”고 말했다.
설명과 달리 디앤액트는 수탁업체가 아닌 자신들과 직접 계약한 매니저들의 보증금도 돌려주지 않고 있다. 2018년부터 디앤액트와 계약을 이어온 B씨는 “본사가 수탁업체 관리를 아무것도 하지 않아 놓고는 ‘책임이 없다’는 식으로 나오고 있다”며 “4년 전에도 파산하면서 매니저들의 보증금을 떼어먹으려고 했었다”고 토로했다. 현재 디앤액트는 회생 대금조차 변제하지 못할 정도로 자금 사정이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신영 기자 spiri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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