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군방첩사령부가 23일 부승찬 전 국방부 대변인의 자택과 국방부 재직 중 사용한 PC 등에 대해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부 전 대변인은 최근 출간한 저서 ‘권력과 안보: 문재인 정부 국방비사와 천공 의혹’을 통해 역술인 ‘천공’이 윤석열 대통령의 관저 물색 과정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방첩사 관계자는 23일 “부 전 대변인의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혐의에 관한 신고를 최근 접수해 수사에 착수했다”며 “압수수색은 적법한 절차에 따라 법원으로부터 영장을 발부받아 실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방첩사 관계자는 신고 주체나 구체적인 혐의 등에 대해선 “수사 중인 사안이라 답변이 제한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부 전 대변인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저서에 쓴 내용 중에 기밀과 관련해 저촉되는 내용은 없다고 확신한다”면서 “공개될 수 있는 내용들만 실었다”고 말했다.
부 전 대변인은 이어 “어떤 이유로 압수수색을 했는지 알 수 없지만, 어떤 의도를 갖고 있지 않나 하고 생각한다”면서 “향후 변호사와 상의해서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방첩사는 이날 오전 부 전 대변인의 자택에 대해 압수수색을 했으며 오후에는 국방부 대변인실에서 부 전 대변인이 재직 중 사용했던 PC 등에 대해 압수수색을 했다.
방첩사는 주로 군인 대상 방첩 임무를 수행하지만, 국가보안법이나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혐의와 관련해서는 민간인에 대해서도 수사 및 압수수색을 할 수 있다.
부 전 대변인은 저서에서 남영신 당시 육군참모총장으로부터 들은 얘기라고 밝힌 뒤 ‘천공이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고위관계자와 함께 국방부 영내에 있는 육군 서울사무소와 한남동에 자리한 육군참모총장 공관을 방문했다’고 밝혀 천공의 관저 결정 개입 의혹에 불을 지폈다.
이에 대통령경호처는 “천공이 한남동 공관을 방문했다는 의혹 제기와 관련해 전혀 사실이 아니다”면서 “김용현 경호처장은 천공과 일면식도 없으며 천공이 한남동 공관을 둘러본 사실이 전혀 없다”고 반박했다.
육군도 “천공의 한남동 육군참모총장 공관 방문 의혹 제기는 사실이 아니다”며 “명확한 근거 없이 무분별하게 의혹을 제기하는 것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군 안팎에서는 부 전 대변인이 저서를 통해 제기했던 천공 관련 의혹보다는 국방부 대변인 재직 당시 비공개회의 등을 통해 입수했던, 군사적으로 민감한 정보를 저서에 기술한 것이 군사기밀보호법에 위반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부 전 대변인의 책에는 기밀로 추정되는 한·미 국방장관 회담 대화 내용 등이 실렸다.
책에 비공개·비밀회의 내용이 실릴 경우 군사기밀보호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부 전 대변인은 국방부 대변인으로 재직하면서 기록한 일기를 주제별로 재구성한 저서를 지난 3일 출간했다.
정우진 기자 uz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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