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북 봉화 광산매몰 사고로 지하 갱도에 고립됐다 221시간 만에 극적으로 구조됐던 광부들이 건강 상태가 호전돼 11일 오전 퇴원했다. 지난 4일 오후 11시 3분쯤 구조돼 5일 오전 입원한지 일주일만이다.
안동병원 관계자는 “두 박 씨는 탈진과 저체온증, 횡문근융해증, 영양불균형을 비롯해 각종 후유증에 대한 처치를 시행한 결과, 퇴원이 가능할 정도로 호전됐다”고 밝혔다.
병원 측은 다만 근육통과 심리증상 등 일부 불편을 호소하는 증상들은 가정에서 안정을 취하면서 통원치료를 하는 것이 효과적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퇴원 직후 작업반장 박정하(62) 씨는 기자회견을 가진 뒤 자택인 강원 정선군 사북면으로 이동했다. 그는 태백시 신경정신과에서 통원 치료를 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박 작업반장은 이날 오전 10시 병원 로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들을 응원해 준 국민들에게 감사인사를 했다.
그는 “지금 이 자리에 건강한 모습으로 설 수 있도록 도와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먼저 저의 구조를 위해 24시간 구조작업을 해준 광부 동료들께 감사드린다”며 “현장을 직접 찾아와 구조를 돕고 인적·물적 자원을 적극 지원해준 이철우 경북도지사를 비롯한 도민 여러분께도 감사드린다”고 했다.
박 씨는 또 “건강 회복을 위해 애써준 안동병원에도 깊은 감사를 드린다”며 의료진에 대한 인사도 잊지 않았다.
그는 “구조된 뒤 주변 사람들에게 밖에서의 처절한 구조활동 얘기를 듣고 한 생명이라도 살리려 하는 그 진심이 제 가슴 깊은 곳까지 느껴졌다”며 “애써주신 119구조대, 동부광산안전사무소, 시추작업을 위해 와준 민간과 군부대 여러분께도 진심으로 다시한번 감사드린다”고 했다.
그는 또 “지금도 일하고 있을 광부 동료들을 위해서라도 광산 내 열악한 작업환경을 개선해 달라”고 촉구했다.

박 씨는 “건강한 모습으로 이곳을 나가지만 전국 각지에서 열악한 환경에 있는 동료들은 아직도 어두운 막장에서 일하고 계신다”며 “부디 이런 사고가 반복되지 않길 바라며 정부와 관련기관에 호소드린다”고 했다.
이어 “진실한 안전점검 실태조사로 광부들이 안심하고 작업할 수 있는 작업장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고 거듭 당부한 뒤 “전국의 광산 근로자들은 대한민국 발전을 이룩한 산업전사로, 자부심을 갖고 일하자”고 덧붙였다.
그는 “솔직히 살아서 가족들에게 돌아오지 못 할 것으로 생각했다. 구조된 날 삶을 포기했었다. 그런데 여러분들의 헌신으로 구조됐다. 다시 살아났으니까 즐거운 마음으로 제2의 인생을 살겠다”고 말했다.
박 씨는 특히 “구조되고 보니까 이태원 참사와 어려운 경제 등으로 국민들이 많이 힘들어 하는 상황에서 저희들을 보고 희망을 가졌다고 하는 이야기를 듣고 너무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박 씨는 취재진에게 “커피믹스를 가져 온 기자들은 없냐?”며 농담을 하는 여유도 보였다.
박 씨는 “커피믹스가 화제가 된 것으로 안다. 커피믹스가 갇혀 있을 때 한끼 식사 대용이었다. 아침에 한잔, 점심에 한잔 등 모닥 불 위에 커피 포트로 물을 끓여 마셨다. 먹어보니 한끼 식사 대용이 됐더라. 사고 발생 4일째 되던 날 커피가 떨어졌고 이후 물만 마셨다”고 회상했다.

박 씨의 말이 끝나자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박 씨에게 커피믹스 한 박스를 건냈다.
이 지사는 “박씨와 이야기를 나눠 보니 전문가였다”며 “전문가가 있었기에 불도 피우고 살아 돌아 올 수 있었다. 애 끓는 사연들도 많았다”고 했다.
그는 또 “광부들 9일 일하고 회사로부터 위로금 60만원을 받았다고 들었다”며 “광부들의 식사나 인건비 등 열악하다. 도에서 감당하겠다. 검토 후 추가로 지급할 수 있도록 하고 지원금 4억2000만원 정도를 도에서 일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박 씨 아들(42)도 기자회견에 참석해 안동병원 및 도민, 국민, 이철우 도지사 등에게 고마움함을 전했다.
아들 박 씨는 “너무 고맙다. 과분한 사랑을 받았다 생각한다. 도민들이 알아보고 응원도 많이 해줬다. 아직까지 살기 좋은 나라구나 하고 느꼈다”며 “안타까운 생명이 사라진 사건인데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 왜 싸우는지 모르겠다. 아버지가 살아온 것이 국민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어 고맙고 감사하다”고 했다.
그는 이어 “아버지와 함께 계시던 동료 분에게 울진군에서 숙식 제공을 해 준다했고 우리도 갈 예정이다”며 “동료분께서 보고 싶어 하셨던 바다도 보고 드시고 싶다 하셨던 미역국도 드셨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보조작업자 박 씨와 가족들은 기자회견 없이 봉화로 이동한 뒤 다음 행선지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서울에서 치료를 이어갈 계획이다.
박 씨는 기자회견장에 참석하지 않았지만, 광산 안전 문제에 대해서 메시지를 남겼다.
그는 “땅속에 들어가 있는 것부터가 위험하다”며 “사람들의 인식에 변화가 생겨 일하는 조건과 환경이 많이 좋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회사 소유주부터 시작해서 제도적으로 뒷받침이 돼야 한다”며 “이런 안타까운 일들이 발생하지 않도록 기관들에서 세심하게 살펴봐야 한다. 법률적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법률적 허점이 안 보이는 게 선진국 아니냐”고 반문했다.
박 씨는 “자기가 용감한 사람인줄 알았는데 이번 사고로 정말 무서웠다. 울기도 많이 울었다.
공포심 때문에 어디하나 발걸음하나 움직일수없을 만큼 무서웠다. 어둠이 밀려오니 이성을 잃고 정신이 마비될 정도였다. 눈물을 너무 많이 흘렸다. 하지만, 작업반장이 너무 침착하게 신경써줘서 굉장히 위안을 얻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제 두 번 다시 (광산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 이렇게 구조가 돼서 살아나오니 어떤 역경도 이겨낼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 생사의 기로에서 관심과 도움을 준 분들이 많은데 그분들로부터 많은 용기를 얻었다. 그저 감사하다”고 했다.
안동=김재산 기자 jskimkb@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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