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당일 저녁부터 인파가 몰려 위험하다는 112 신고가 쇄도하던 상황에 용산경찰서장은 대통령실 앞에서 집회 경비를 관리하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태원 참사가 일어난 지난달 29일 오후 6시34분 압사 가능성을 거론한 첫 신고가 접수됐을 당시 이임재 용산경찰서장은 대통령실 앞에서 집회 경비를 관리하고 있었다고 2일 KBS가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당시 서울광장에서 집회를 열었던 진보 단체가 대통령실 앞까지 행진했고, 이 서장은 집회 경비 관리를 위해 대통령실 인근에 머물렀다. 행사와 집회 대응을 관장하는 경비, 정보과장도 함께 있었다.
용산서 지휘부는 오후 9시20분까지 대통령실 앞에 머물렀는데, 그때는 이미 이태원 사고를 경고하는 112 신고가 8건이나 들어온 상태였다. 경찰이 집회 관리와 대통령실 경비에 집중하느라 이태원 인파 상황을 간과했던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 서장은 현재 ‘대기발령’ 조치된 상태다.
이 서장이 이태원 현장에 도착한 건 10시20분쯤이었다. 사람이 쓰러졌다는 첫 신고가 들어온 지 5분 지난 시점이었다. 이후 11시5분 상황실을 통해 119 구급차 추가 지원이 요청됐다. 이 서장이 현장에서 구급차 통행로 확보를 지시한 건 자정이 다 돼서였다.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에게 처음 보고된 건 사고 발생 1시간19분 뒤인 11시34분이었다. 당시 집에 있던 김 청장은 전화를 받지 못했고, 2분 뒤 이 서장에게 전화해 참사 발생 사실을 인지했다. 참사 발생 1시간21분 만이었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김 청장이 보고를 받은 뒤 48분이 지난 30일 0시14분에야 경찰청 상황1담당관에게 발생 사실을 최초 보고받았다. 참사가 발생한 지 거의 2시간이 지난 뒤로 이때는 이미 수십명이 심정지 상태라는 언론 보도가 나오던 시점이었다.
경찰을 관할하는 행정안전부 이상민 장관은 발생 1시간5분 뒤인 오후 11시20분에서야 경찰 직보가 아닌 행안부 내부 알림 문자를 통해 사고 사실을 처음 알게 됐다. 대통령실은 행안부 장관이나 경찰 보고선이 아닌 소방청 상황실에서 밤 10시53분 첫 보고를 직접 받았다. 이 장관이 윤 대통령보다 19분이나 늦게 참사 발생을 인지했다는 얘기다.
생사를 다투는 시민의 신고에 경찰이 안이하게 대처했음은 물론 관계부처 지휘부 보고체계까지 붕괴한 ‘총체적 참사’였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당국의 책임을 비판하는 여론이 고조되면서 대통령실도 문책성 조치를 배제하지 않는 분위기다. 대통령실은 ‘선(先) 수습’ 원칙을 강조하면서도 내부적으로 여론 동향을 살피며 윤 청장뿐만 아니라 이 장관까지 경질하는 방안도 신중하게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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