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잡 의문사’에 들끓는 반정부 시위에 이란 군부가 강경하게 경고했음에도 시위는 멈추지 않고 있다.
AFP통신과 CNN에 따르면 30일(현지시간) 이란 전역에서 ‘히잡 의문사’를 당한 마흐사 아미니(22)의 죽음을 규탄하는 시위가 곳곳에서 이어졌다. 서부 사난다즈에서는 시위대가 당국의 총과 최루가스를 동원한 진압에도 “자유”를 외치며 시위를 이어나갔다.
쿠르드계 인권단체 ‘헹가우’는 시위 당시 사방에서 총성이 울리는 가운데 팔을 크게 다친 한 12세 소녀가 울부짖는 모습을 담은 영상을 공개했다. CNN은 이날 사난다지 기술 대학교에서도 시위가 일어나 군복을 입은 군경 2명이 이들을 체포하려는 모습을 담은 영상을 입수했다고 밝혔다.
전날 호세인 살라미 이란 혁명수비대(IRGC) 총사령관은 반정부 시위대에 ‘최후통첩’을 내렸다. 그러나 시위는 들불처럼 들끓었다. 살라미 총사령관은 “시위대는 이제 거리로 나오지 말아야 할 것”이라며 “오늘은 폭동의 마지막 날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살라미 총사령관은 시위대에 강경 진압할 것을 예고했으나 7주 차에 접어든 반정부 시위를 멈추지 못했다.
수도 테헤란에 있는 아자드 대학교에서는 시위대와 군경, 사복 경찰 간 충돌이 발생했다고 CNN은 현지 활동가를 인용해 보도했다. 이란 반정부 성향의 온라인 매체 ‘이란 와이어’는 테헤란 대학교에서 학생들이 행진하며 “지금은 애도가 아닌 분노해야 할 때”를 외치는 영상을 공개했다. 마잔다란, 마샤드 등 이란 각지 대학에서도 시위대는 “독재자에게 죽음을”이라는 구호를 외쳤다.
인권단체 이란 휴면 라이츠(IHR)에 따르면 지금까지 50개 이상의 대학에서 반정부 시위가 열렸다. 단체는 최소 200명이 시위와 관련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집계했다.
현지 언론인도 이란 당국을 비판하고 나섰다. 당국은 아미니 사건을 보도한 언론인 2명을 미국 스파이로 규정하고 언론 탄압을 하고 있다. AFP는 이날 300명 이상의 이란 언론인이 동료 기자의 구금을 규탄하는 성명서에 서명했다고 전했다.
한명오 기자 myung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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