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대 알코올 중독자가 늘고 있다. 좁아진 취업 문턱과 코로나19, 침체된 경기 등으로 인한 불안한 심리와 스트레스를 술로 풀어 결국 병원을 찾고 있다.
보건복지부 지정 알코올질환 전문 다사랑중앙병원 통계에 따르면 2021년(1~9월) 20·30대 입원 환자는 103명, 2022년 같은 기간엔 153명으로 증가 추세를 보였다. 코로나19 유행 초기였던 2020년에는 20·30대 입원 환자가 187명에 달했다. 다사랑중앙병원의 입원 환자는 100% 알코올 중독자다.
또 2019년부터 올해 9월까지 4년 가까이 이 병원에 입원한 알코올 중독자 3906명 가운데 15.2%(594명)가 20·30대인 것으로 집계됐다. 알코울 중독자의 다수가 중년층일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실제 입원 환자 10명 가운데 1.5명은 청년층인 셈이다.
더 큰 문제는 알코올 중독자 절반 이상이 치료가 필요한 임상적 우울증을 앓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를 보면 우울증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2017년 68만169명에서 2021년 91만785명으로 4년새 33.9%나 늘었다. 20·30대 우울증 진료 환자 비율은 같은 기간 45.7% 급증해 우울증 환자 10명 가운데 3~4명이 청년층인 것으로 나타났다.
술은 우울증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반복적인 음주를 하면 알코올이 뇌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의 분비를 억제해 우울한 감정에 빠지기 쉬운 조건이 된다. 우울한 기분을 해소하기 위해 다시 술을 마시는 악순환이 지속되다 보면 반복되는 술 문제로 인해 가족과 멀어지거나 사회적으로 고립되는 경우도 발생한다. 이런 경우 극단적 선택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이곳 정신건강의학과 최강 원장은 20일 “무조건 술을 많이 마셔야만 알코올 의존증이 생기는 것이 절대 아니다. 소량이라도 꾸준히 매일 마시면 술에 대한 내성이 생겨 결국 알코올 중독으로 발전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부정적 감정 조절 능력을 제대로 다스리기 위해선 술이 아닌 운동이나 취미활동 등 다른 대처 방식을 찾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그래도 술을 끊기 힘든 상황이라면 하루라도 빨리 가까운 지역 중독관리지원센터나 전문병원의 도움을 받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젊은 연예인이 등장하는 TV 등 매체 술 광고도 감수성 높은 청년층의 음주를 조장한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는 만큼, 규제가 필요해 보인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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