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7%를 기록하며 3개월 만에 5%대로 내려왔다. 전월보다 상승폭이 둔화한 건 7개월 만이다. 국제 유가가 하락으로 석유류 오름폭이 줄어든 영향이지만, 채소를 비롯한 농산물 가격 등은 상승폭이 오히려 더 커졌다. 외식을 포함한 개인서비스도 높은 상승률을 보여 추석을 앞둔 체감 물가는 여전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일 통계청이 발표한 ‘8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8.62(2020=100)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5.7% 상승했다.
물가 상승률은 지난 1월 3.6%에서 2월 3.7%로 올라선 뒤 3월에 4.1%, 4월에 4.8%, 5월에 5.4%로 상승세를 이어갔다.
지난 6월과 7월엔 각각 6.0%, 6.3% 올라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11월(6.8%)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지난 1월 이후 계속 커지던 물가 상승폭이 7개월만에 전월보다 둔화한 것이다. 그 여파로 지난달 물가 상승률은 3개월 만에 5%대로 내려왔다.
국제 유가 하락으로 석유류 상승률이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고, 유가의 영향을 많이 받는 공업제품 가격 상승세가 한 풀 꺾인 영향이 크다.
공업제품 상승폭은 7.0%로 전월 8.9%보다 내려갔고, 기여도도 전월 3.11%포인트(p)에서 2.44%포인트로 하락했다.
석유류 상승률은 19.7%로 여전히 높은 수준이지만 지난 7월 35.1%에 비하면 거의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전월비 대비 석유류 가격 상승률만 보면 10.0% 하락해 1998년 3월(-15.1%)이후 가장 큰 낙폭을 기록하기도 했다.
석유류 상승폭이 지난 3월 31.2%로 뛰어오른 뒤 5개월 연속 30%대를 유지해왔다.
그러나 체감 물가에 영향을 크게 미치는 농산물이나 식품, 외식 등 개인서비스 등의 고공행진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가공식품은 8.4% 올라 전월(8.2%)보다 상승 폭을 더 키웠다. 농축수산물은 7.0% 올라 전월(7.1%)보다 상승률이 소폭 낮아졌지만, 이 중 농산물만 보면 상승 폭이 10.4%로 전월(8.5%)보다 커졌다. 농산물 상승률은 지난해 6월(11.9%) 이후 최고 수준이다.
특히 배추(78.0%), 오이(69.2%) 파(48.9%) 등 채소류가 27.9% 올라 전월(25.9%)보다 상승 폭을 키우고 2020년 9월(31.8%) 이후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개인서비스도 6.1% 올라 1998년 4월(6.6%)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나타냈다.
외식 상승률 역시 8.8%로 1992년 10월(8.8%)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치킨(11.4%), 생선회(9.8%) 등의 가격이 오른 영향이다.
이 같은 여파로 자주 구매하는 품목 위주로 구성돼 체감물가에 더 가까운 생활물가지수는 6.8% 올랐다. 전월 7.9%보다는 둔화한 것이지만 신선식품 물가만 보는 신선식품지수는 14.9% 올라 전월(13.0%)보다 상승 폭을 키웠다.
보험서비스료(14.9%) 등 외식 외 개인서비스는 4.2% 올랐다.
집세는 1.8%, 공공서비스는 0.8%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전기·가스·수도 상승률은 15.7%로 전월(15.7%)과 같았다. 공공요금 인상 여파로 지난 7월과 8월 전기·가스·수도 상승률은 조사가 시작된 2010년 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 중이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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