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장표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이 6일 사의를 밝히면서 문재인정부에서 임명된 국책연구원장들의 거취에도 관심이 쏠린다. 전 정부 말에 임명돼 임기가 2년 안팎으로 남은 이들도 결국엔 줄줄이 사표를 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그간 윤석열정부의 정책 기조와 맞지 않는 국책연구원장들은 정치권 안팎의 압박에도 ‘버티기’ 중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지난달 28일 한덕수 국무총리는 홍 원장과 정해구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장을 거론하며 자진 사퇴를 압박했다. “윤석열정부와 너무 안 맞는다”는 게 이유였다. 경제인문사회연구회는 국무총리 산하 공공기관으로, 이사장에게 KDI 등 국책연구원장의 임면권이 있다. 정 이사장은 문재인정부 인수위원회 역할을 한 국정기획자문위에서 정치행정분과 위원을 지내 대표적 친문(친문재인) 학자로 분류된다.
강현수 국토연구원장과 황덕순 한국노동연구원장, 이태수 한국보건사회연구원장도 문재인정부에서 임명된 상징적 인사로 꼽힌다. 강 원장은 2012년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의 정책자문 그룹인 담쟁이포럼에 있었고, 문재인정부에서는 국정기획자문위 경제2분과위원을 지냈다. 황 원장은 문재인정부 일자리수석으로 일했고 이 원장은 국정기획자문위원회 기획분과 위원을 지냈다. 2016년 20대 총선에서는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후보 18번을 받았지만 당선권에 들지 못했다.
정권이 바뀌면 국책연구원장들이 자진해 사표를 내는 것이 관례였다.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인 2017년 말에는 김준영 당시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장, 현정택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 김준경 한국개발연구원장, 유병규 산업연구원장 등이 줄줄이 사표를 냈다. 당시에도 국책연구원장의 사퇴가 정권 교체에 따른 자연스러운 수순이라는 평가와 독립성을 스스로 저해하는 처사라는 비판이 엇갈렸다. 지난해 임기를 1년 앞둔 문재인정부가 국책연구원장을 대거 교체할 때는 ‘알박기 인사’라는 비판이 일었다.
여권은 문재인정부 때 선임된 공공기관장에 대해 사퇴 압박 강도를 높여 왔다.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5일 페이스북에 “새로 출범한 윤석열정부와 정책 보조를 맞춰야 할 공공기관·공기업 경영진이 전 정권 사람들로 채워져 있어 국정 운영의 동력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며 “똥배짱으로 버티다가 나중에 후회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고 경고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홍 원장의 입장문을 두고 “궤변”이라며 “홍 원장뿐만 아니라 문재인정부 알박기 인사들은 모두 명심해야 한다. 잘못된 정책과 이념으로 민생을 망쳤다면 책임지고 자리를 떠나야 한다”고 비판했다.
정치권의 과도한 사퇴 압박이 불필요한 갈등을 키운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기관장들이 스스로 물러나도록 하는 게 자연스러운 수순인데, 총리나 여당 원내대표가 나가라고 압박하면서 좋지 않은 모양새가 됐다”며 “이런 식으로 쫓겨나가는 모습은 갈등만 키울 뿐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세종=심희정 기자, 정현수 기자 simcit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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