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이 27일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에 대해 6·1 지방선거 때 국민투표를 하는 방안을 제안하고 나선 것은 검수완박 법안에 대한 반대 여론이 높다는 판단 때문이다.
의석수에서 크게 밀리는 상황에서 여론에 기대 더불어민주당의 법안 통과 움직임에 제동을 걸겠다는 의도다.
국민의힘은 검수완박 중재안에 합의한지 3일 만에 재논의로 급선회했던 것과 관련해서도 부정적인 여론을 이유로 들었다.
하지만 ‘검수완박 국민투표’ 제안은 현실화될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윤호중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국민투표 제안에 “말도 안 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또 헌법상 국민투표 요건에 해당되는지 논란이 일 수 있다. 헌법 72조는 ‘대통령은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 외교·국방·통일 기타 국가 안위에 관한 중요 정책을 국민투표에 붙일 수 있다’고 규정했다.
윤 당선인 측은 ‘검수완박’이 국가 중대사라고 강변하고 있지만, ‘국가 안위에 관한 중요 정책’인지를 둘러싸고는 해석이 엇갈린다.
국민의힘이 의지하는 대목은 검수완박에 대한 비판적인 여론이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국민들의 50% 이상이 검수완박에 반대한다는 결과가 나오고 있다.
한국갤럽의 지난 19~21일 조사에서 ‘검찰 수사권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좋다’는 응답이 55%, ‘검찰 수사권을 경찰에 이양하는 것이 좋다’는 응답은 35%를 각각 기록했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18일부터 20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검수완박 법안에 반대한다’는 응답이 50%로 나타났다. ‘찬성한다’는 의견은 39%에 불과했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국민의힘 내부 여론조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고 한다.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은 이날 통의동 인수위 사무실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회의원, 공직자들에게 불수사 특권을 주는 것이 맞는 건지, 이것을 국민들께서 원하는 것인지 직접 물어보는 게 맞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다만 윤 당선인은 이날 통의동 인수위 사무실에 출근하며 기자들과 만나 검수완박 법안 강행처리 움직임과 관련해 “당에서 알아서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 당선인은 그러면서 “오늘 인수위에서 여러 가지 발표를 많이 할 테니, 거기에 관심을 많이 가져 달라”고 덧붙였다.
검수완박 처리를 두고 여야가 본격적인 힘겨루기에 들어선 상황에서 윤 당선인은 참전을 의도적으로 피하는 모양새다.
윤 당선인이 지난해 3월 검찰총장직을 던질 당시 “검수완박은 ‘부패완판’(부패가 완전히 판친다)”이라고 강하게 비판하던 때와는 다른 스탠스다.
그러나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국민투표가 새 대통령에 대한 신임·불신임을 묻는 투표로 변질될 가능성이 높고, 뚜껑을 열었는데 반대보다 찬성이 많을 경우 윤 당선인이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문동성 정현수 기자 theMoon@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