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가상화폐) 시장이 돌연 상승장으로 전환됐다. 가상화폐 규제 행정명령 발동을 앞둔 미국에서 예상보다 온건한 문구를 담은 성명을 홈페이지에 올렸다가 삭제한 재무부의 실수가 상승 전환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비트코인은 9일(한국시간) 오후 5시45분 미국 가상화폐 시가총액 정보 사이트 코인마켓캡에서 24시간 전보다 7.24% 급등한 4만1764달러(약 5160만원)를 가리키고 있다. 1주일 전 대비 낙폭은 5.46%로 줄었다.
해외보다 비싼 가격에 매매되는 국내 거래소에서 비트코인은 5200만원 선을 탈환했다. 같은 시간 업비트에서 7.85% 오른 5200만원을 찍었다. 빗썸에서 비트코인은 5197만5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상승률은 업비트와 비슷한 7.83%다.
이더리움을 포함한 알트코인(비트코인 이외의 가상화폐)에서도 종목에 따라 다른 비율로 상승세가 나타나고 있다. 이더리움은 같은 시간 코인마켓캡에서 2748달러(약 340만원)를 기록했다.
가상화폐 시장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규제 행정명령 서명을 앞두고 하락세를 이어왔다. ‘디지털 금’이라는 별명이 무색하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전쟁에서 증권시장의 낙폭을 만회하는 헤지(hedge) 수단으로서도 역할이 미미했다.
하지만 이날 낮 12시쯤 4800만원대였던 거래가가 돌연 치솟았다. 공교롭게 미국 동부시간으로 8일 밤 10시인 같은 시간 미국 재무부 홈페이지에 가상화폐 관련 행정명령에 대한 성명이 올라왔다가 삭제됐다. 블룸버그통신은 “성명에 ‘국가에 이익을 줄 수 있는 혁신을 뒷받침할 것’이라는 내용이 담겼다”고 보도했다.
재무부 성명은 바이든 대통령의 가상화폐 규제 관련 행정명령이 발동되지 않은 시점에 나왔다. 실수일 가능성이 크다. 바이든 대통령이 행정명령에 서명하면 재무부를 포함한 미국 정부의 관련 부처들은 가상화폐 규제안을 마련하게 된다. 행정명령 발동은 이번 주 중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통신은 “이르면 9일”이라고 예상했다.
미국 정부는 기축통화로써 달러화의 지위를 유지하려는 통화 정책의 일환으로 가상화폐 규제를 시도해왔다. AP통신은 지난 8일 “바이든 대통령이 행정명령에 서명하면 미국 정부에서 가상화폐 규제가 명문화되는 첫 사례”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행정명령 발동 시점은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가 가해지는 상황과 맞물렸다. 바이든 행정부의 가상화폐 규제 계획은 이미 지난해 미국 가상화폐 전문 매체를 통해 알려졌다. 러시아 내부 은닉 자산, 금융 제재를 회피하는 자금을 차단하는 효과도 낼 것으로 보인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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