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의 야권 단일화 협상이 사실상 결렬 움직임을 보이는 가운데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28일 투표용지 인쇄에 돌입했다. 야권 단일화가 막판 극적으로 성사돼도 투표용지에는 ‘(기호)2 국민의힘 윤석열’ ‘4 국민의당 안철수’가 모두 표기된다. 국민의힘 측은 사전투표 시작일인 다음 달 4일, 본투표일인 9일 전까지도 단일화 성사를 위해 노력한다는 입장이지만, 효과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국민의힘은 국민의당 측의 입장 변화로 단일화 교섭이 결렬됐다고 책임을 떠넘겼다. 권성동 의원은 이날 KBS라디오에서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 국민의당 이태규 총괄선거대책본부장 채널이 여러 차례 통화와 만남을 통해 합의안과 추가합의안까지 도출됐는데 (국민의당으로부터) 갑자기 결렬 통보를 받았다”며 “이유가 무엇이냐고 했더니 ‘없다’고 한 것으로 안다”고 주장했다.
안 후보가 조건으로 제시했던 여론조사 경선에 대해 권 의원은 “논의 테이블에 처음부터 올라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안 후보가 여론조사 경선을 주장한 것은 단일화 명분을 위한 대외 홍보용이었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안 후보는 “저희가 그것(여론조사)을 올렸는데 테이블에 없었다는 것은 협상 상대자로서의 도의가 아니다”고 비판했다. 이 본부장은 윤 후보가 전날 회견에서 협상 경과를 공개한 것에 대해서도 “스스로 진정성을 부정하는 모순된 행동”이라며 신뢰 문제를 지적했다.
국민의당은 윤 후보의 회견이 단일화 결렬에 대한 책임 회피라고 비판했다. 권은희 원내대표는 CBS라디오에서 “단일화와 관련된 책임 회피를 ‘후보가 직접 귀한 시간에 유세를 취소하면서까지 진행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그 내용조차 허위 과장”이라고 맞섰다.
장 의원과 이 본부장이 꾸준히 만나 단일화를 협상했다는 국민의힘의 주장에 대해선 “(양측이) 서로 전혀 다른 입장을 가지고 만났기 때문에 무언가 협상을 한다는 말로 설명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고 부인했다.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은 단일화 성사 가능성에 대해선 시각차를 드러냈다. 단일화 불씨는 남아 있지만 양측의 감정의 골은 깊어지는 모양새다.
국민의힘은 사전투표 시작일을 2차 기한으로 보고 다음 야권단일화 협상에 대비하고 있다. 사전투표 전 단일화가 성사되면 투표소에 사퇴 안내문만 게시된다.
국민의힘 권영세 선거대책본부장은 이날 선대본부 회의를 마친 뒤 “전에도 사실 끊어졌다고 했는데 이어진 부분도 있고, 시간이 며칠 있으니까”라며 “야권 통합 단일화의 끈을 저희가 놓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권 본부장은 양측 물밑 접촉 재개 여부에 대해 “아직은 접촉 노력은 없다”고 전했다.
국민의당은 “남은 건 안철수 후보의 대선 완주뿐”이라며 선을 그었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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