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완료했거나 PCR 음성검사 결과를 받은 이들만 출입을 허용하는 방역패스 제도의 효력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입니다. 법정 분쟁이 시작된 가운데 방역패스 효력을 일시 정지하라는 집행정지 신청이 일부는 받아들여 지고, 또 일부는 기각되는 등 법원 판단마저 제각각이라 혼란은 더 커지고 있습니다.
당장 17일부터 백화점과 마트에까지 방역패스가 확대 적용되는데요. 법원이 내린 효력 정지 결정이 적용되는 대상은 어디이고, 이유는 무엇인지, 어떤 상황에선 여전히 방역패스가 필요한지 [싹.다.정]이 정리했습니다.
‘백화점·마트 방역패스’ 서울만 제외? 17일 전국 해제 발표할 듯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는 지난 14일 조두형 영남대 의대 교수 등의 신청을 일부 인용해 서울 내 3000㎡ 이상 상점·마트·백화점에 적용한 방역패스 효력을 정지하라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상점·마트·백화점은 이용 형태에 비춰볼 때 위험도가 상대적으로 낮아 백신 미접종자의 출입 자체를 통제하는 것은 과도한 제한이라는 취지에서죠.
그런데 법원은 조 교수 등이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청, 서울시를 상대로 낸 집행정지 신청 중 서울시를 대상으로 한 것만 받아들였습니다. 방역패스 정책을 실제로 집행하는 주체는 서울시장이기 때문에 집행정지의 대상은 서울시 행위만 해당한다고 봤기 때문입니다. 반면 보건복지부가 각 시도에 방역패스 관련 조치를 시행하도록 한 지시한 행위는 행정소송 대상이 안 된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었죠.
문제는 이 결정으로 서울 외에 다른 지역에서는 방역패스가 그대로 유지된다는 점입니다. 이를 놓고 온라인상에서는 “경기도에 사는데 장 보러 서울까지 가야 하는 거냐” 등의 반응이 나왔습니다.
3월부터 시행될 예정인 12~18세 청소년 방역패스도 전면 효력 정지 결정이 내려졌는데, 이 역시 서울 내에 국한됩니다.
이 상태로는 혼란이 불가피합니다. 백화점, 마트 방역패스의 경우 당장 17일부터 시작예정이라 더욱 그러하죠.
지역 간 형평성 문제로 번지자 정부도 전국적인 마트·백화점 방역패스 해제를 할 것으로 보입니다. 17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공식 발표가 이뤄질 전망입니다. 정부 관계자는 “시민들의 혼란을 해소하는 차원에서 전국적으로 대형마트와 백화점에 대한 방역패스 조치를 해제할 것”이라며 “다만 법원 결정에 대한 항고도 진행할 방침”이라고 말했습니다.
마트와 백화점은 애초 정부의 방역패스 대상 시설에 포함되지 않았다가 코로나19 확산 악화, 다른 시설과의 차별 논란 등에 따라 추가로 포함됐던 시설입니다. 조치 완화시 가장 먼저 해제 대상이라는 게 정부 설명이기도 합니다. 손영래 복지부 대변인은 “(방역패스 확대 시행이 결정된) 작년 12월보다 현재 유행이 안정화된 상황이라 저위험시설부터 (방역패스를) 해제하는 방안이 논의 중이었다”고 전했습니다.
식당 등 방역패스 여전히 필요한 곳은 어디

방역패스 집행 정지 결정이 내려진 대상 시설은 마트와 백화점이 처음도 아닙니다. 앞서 지난 4일 행정법원은 학원과 독서실, 스터디카페에 대한 방역패스 효력 정지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어 이번에 서울 내 마트와 백화점에 대한 효력 정지 결정이 내려진 것인데, 정부가 전국에 대해 이들 시설 방역패스를 해제하더라도 여전히 방역패스가 필요한 시설은 있습니다.
일단 맨 처음 정부가 방역패스를 도입한 유흥시설과 노래연습장, 실내체육시설, 목욕장업 등 고위험시설들입니다. 이들 시설은 지난해 11월 1일 위드코로나 시행으로 정부가 방역조치를 대거 완화하면서 예외적으로 백신 접종을 사실상 의무화한 곳이었죠. 이 조치는 변함없이 유지되고 있습니다.
이후 코로나19가 다시 확산하면서 지난해 12월 6일 식당과 카페, 영화관과 공연장, 멀티방, PC방, 스포츠경기장, 박물관, 미술관, 과학관, 파티룸, 도서관, 마사지 업소, 안마소, 학원, 독서실, 스터디카페가 방역패스 대상에 추가됐습니다.
이 중 지난 4일 효력 정지 결정이 내려진 학원과 독서실 스터디카페를 제외한 식당 등 나머지 시설은 방역패스가 여전히 적용됩니다.
17일부터 달라지는 점이 하나 있다면 거리두기 일부 완화로 사적모임 인원만 기존 4인에서 6인으로 늘어나는 겁니다.

집행정지 신청 3건 더 남아…혼란 계속 불가피
방역패스를 둘러싼 논란은 이걸로 끝이 아닐 것으로 보입니다. 법조계에 따르면 방역패스 효력을 멈춰달라며 법원에 제출된 6건의 집행 정지 신청 중 결론이 난 건 3건입니다.그나마 세 건의 결론도 모두 다릅니다.
서울 백화점·마트에 대한 방역패스 효력 정지 결정이 내려진 지난 14일 같은 법원 행정13부(장낙원 부장판사)는 원외 정당인 혁명21 대표 황장수씨가 상점·마트·백화점에 방역패스를 적용한 처분 효력을 정지해달라며 낸 신청을 기각했습니다.
행정13부는 일단 보건복지부의 방역조치가 사실상 행정처분에 해당하기 때문에 소송의 대상은 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서울시에 대해 효력 정지를 내린 행정4부가 복지부에 대해서는 소송 자체가 성립되지 않아 신청을 각하한 것과는 다른 판단이지요.
행정13부는 장관에게 방역조치를 할 법률상 권한이 있는 점, 각 지자체장이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그 조치를 따라야 하는 점 등을 이유로 행정소송 대상이 인정된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면서 결론도 정반대였습니다. 효력 정지 결정을 내린 행정 4부가 방역패스를 ‘과도한 제한’이라고 봤지만 행정13부는 “대체 수단이 있다”고 봤습니다. “복지부의 처분이 대규모 점포 입장 자체를 금지하는 것이 아니고 종이 증명서를 제시해 출입할 수 있으며 소형 점포나 전통시장에는 방역패스가 적용되지 않아 생필품 구매가 전면 차단되지 않는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일일 확진자 수가 연일 3천 명 이상을 기록하며 중대한 방역 위기가 지속되고 있다”며 “이 사건 처분(방역패스)의 효력을 정지했을 때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를 배제하기 어렵다”고 강조했지요.
방역 위기 상황에서 백신의 효력이 얼마만큼 도움이 되는지도 재판부마다 생각이 달랐습니다.
지난 4일 학원·독서실·스터디카페에 적용되는 방역패스의 효력을 정지한 행정8부는 “접종자 집단과 미접종자 집단의 감염 비율 차이가 현저히 크지 않고, 이른바 돌파 감염도 상당수 벌어진다”며 사실상 백신 효력을 평가절하했죠.
반면 행정4부는 백화점·마트 방역패스 효력 중단을 결정하면서도 “방역패스 도입 자체의 공익성은 인정된다. 백신이 코로나19 감염으로 인한 중증화율과 치명률을 낮추는 효과가 어느 정도는 있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면서 나머지 시설에 대한 방역패스 효력 정지 신청은 기각했습니다. 백신 접종률이 간접적으로나마 의료체계 붕괴를 막아 일반 중증 환자의 생명권과 건강권을 유지하는 데 필요하다고도 했습니다.
아직 남은 3건의 집행정지 신청도 결론이 어떻게 나올지 예측하기 어렵고, 향후 당사자들이 불복해 항고하면 논란은 장기화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우선 백신과 관련한 과학적 증거를 제시하며 신뢰를 세우는 게 중요하다는 게 전문가들 의견입니다. 최재욱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각 지자체에서 소송이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서 방역패스는 물론, 영업시간 제한 등의 효과에 대해서도 근거로 제시할 수 있는 데이터를 만들어놔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과학적 근거와 소통이 중요하다”면서 “정부는 접종 이득 연구 결과를 정확히 제시하는 게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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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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