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지난 1일 또 한 번 ‘페북 설전’을 벌였다. 안산 선수를 둘러싼 ‘페미니스트 논란’에 대해 양준우 국민의힘 대변인이 쓴 글을 진 전 교수가 ‘여성혐오’라고 지적한 뒤 논쟁이 격해지자 이 대표가 “적당히 좀 하라”고 거들면서다.
앞서 일부 남성 중심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안 선수가 과거 ‘일부 극단적인 페미니스트들이 사용하는 용어를 썼다’며 거세게 비난했다. 이와 관련 양 대변인은 지난 30일 페이스북에 “이 논란의 핵심은 남혐 용어 사용과 래디컬 페미니즘에 대한 비판”이라며 “공적 영역에서 ‘래디컬 페미’스러운 발언을 한다면 비판과 논란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맥락상 논란의 책임이 ‘래디컬 페미스러운’ 용어를 쓴 안 선수에게 있다는 주장으로 읽힌다.
양 대변인의 글을 접한 진 전 교수는 지난 31일 “이준석표 토론배틀로 뽑힌 대변인이 대형 사고를 쳤다. 이게 공당의 대변인 입에서 나올 소리인가”라며 “여성혐오를 정치적 자양분으로 삼는 자들은 적어도 공적 영역에선 퇴출돼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양 대변인도 지지 않고 “남성혐오를 자양분 삼아 커온 자들 역시 퇴출되어야 한다”고 맞섰다.
진 전 교수는 다시 “남근의힘 대변인께서 혐오라는 말을 그저 미움, 경멸, 모욕 정도로 이해하는 모양”이라며 “이런 상식도 갖추지 못한 이가 공당의 대변인을 하고 있다”며 비판을 이어갔다. 이에 이 대표도 그 다음날 진 전 교수 페이스북에 댓글을 달고 “적당히 좀 하라. 페이스북 정지 또 먹는다. 무슨 남근의힘 ‘드립’을 (하느냐)”며 가세했다.
이 대표의 댓글에 진 전 교수가 다시 댓글을 달며 논쟁이 이어졌다. 진 전 교수는 “(양 대변인의 글을) 이 대표님이 시킨 것이냐”고 물었다. 이 대표는 “대변인들한테 방송 좀 많이 나가라는 갈굼은 해도 특정 의견을 주장하라는 지시는 안 한다”고 응수했다. 진 전 교수는 재차 “대변인은 누군가를 대변해서 말하는 사람인데, 당과 대표를 대변하는 게 아니라면 그 분이 개인 입장을 말한 것이냐”고 추궁했다. 이 대표는 “이준석이 여기다가 ‘진중권 바보’라고 써도 그게 당을 대표한 것이라고 생각 안 한다. 다들 그런 거 구분 잘하는데 왜 못하고 오버하느냐”고 반박했다.
양 대변인의 글을 둘러싼 논란은 2일에도 계속됐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MBC 라디오에서 관련 질문을 받고 “양 대변인은 여성혐오적인 관점에서 이야기한 적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같은 날 강민진 청년정의당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은 양준우 대변인을 징계하라”고 촉구했다.
안명진 기자 am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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