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19가 길어지면서 불황의 늪에 빠졌던 오프라인 유통업계가 살아나고 있다. 비대면 경제에 질리거나 집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는 게 싫증 난 소비자들이 ‘집 밖으로’ 나오면서다. 온라인의 편의성만으로는 해소되지 않는 ‘경험’의 가치를 오프라인에서 충족하려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유통업계가 활기를 찾고 있다.
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롯데쇼핑 1분기 매출은 3조8800억원, 영업이익 618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백화점 실적은 1분기 매출 676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5% 신장했고, 영업이익 1030억원을 올리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61.3% 증가했다. 지난해 1분기 실적이 코로나19 영향 탓에 유독 저조했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영업이익 증가세는 기저효과 이상의 실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소비심리가 회복하면서 매출과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올랐고, 해외 백화점도 고신장을 기록했다”며 “국내 백화점은 해외명품 및 생활가전 상품군의 매출 성장세 지속, 패션 상품군의 매출 회복세에 힘입은 성과”라고 말했다.
국내 오프라인 유통업계의 1분기 성적은 롯데쇼핑을 비롯해 대체로 호실적을 낸 것으로 보고 있다. 아직 1분기 실적을 발표하지 않은 신세계그룹을 포함해 롯데쇼핑, 현대백화점그룹 등 유통 대기업 3사의 1분기 실적에 대해 긍정적인 전망과 평가가 나오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지난 2월 서울 영등포구에 문을 연 더현대 서울을 포함해 백화점 매출이 고점을 찍으며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현대백화점이 공시한 1분기 실적은 순매출 6832억원, 영업이익 650억원이었다(연결기준). 매출 수수료 수입이 아닌 거래 총액을 따지고 보면 총 매출액은 2조338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 총매출액인 1조3837억보다 47% 증가했다.
특히 백화점 매출과 영업이익이 확연히 증가했다. 현대백화점 1분기 매출은 497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7%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760억원으로 122% 늘었다.
증권가에서는 이마트, 신세계백화점 등 지난해 1분기 코로나19 영향으로 힘들었던 오프라인 유통업체가 올해 1분기 호실적을 발표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각 기업이 구체적인 수치를 공개하지 않고 있으나 지난 2월 이후 오프라인 영업 실적은 증가세로 전환했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지난달 진행된 올 첫봄 정기세일은 전년 동기 대비 20~30%대 이상 신장된 실적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1분기 오프라인 유통업계 실적을 눈여겨보고 있다. 오프라인 유통업계가 지난해 1분기에 코로나19 직격탄을 받으며 마이너스 실적에 허덕였던 터라 기저효과가 상당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매출이 급감했으므로 올해 1분기 실적 반등은 기저 효과의 영향이 컸다는 것이다.
하지만 비단 기저효과 때문 만은 아니라는 의견도 적잖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이 상황에 소비자들이 적응해가면서 ‘위드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는 모습이 실적에 반영됐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특히 해외여행 수요가 에르메스 루이비통 샤넬 등을 비롯한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에 몰리면서 이른바 ‘보복소비’ 현상이 나타난 것으로 풀이된다. 또 ‘집콕’의 시간이 길어지고 ‘집밥’에 익숙해지면서 기능과 개성을 모두 충족하는 비스포크 방식으로 차별화된 고가의 가전제품으로 수요가 몰리는 것도 백화점 매출 급등을 견인했다는 평가다.

오프라인만 가질 수 있는 ‘경험’의 묘미 또한 오프라인 유통업계의 강점으로 작동하고 있다. 코로나19가 심화하던 무렵에는 외출 자체가 금기시됐으나, ‘위드 코로나’로 사고의 전환이 이뤄지면서 오프라인의 경험이 중요하고 의미있게 다뤄지고 있다.
오프라인 경험의 정점에는 ‘맛집’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해외의 맛집을 찾아가는 게 불가능한 상황에서 집 근처 대형 백화점, 마트, 쇼핑몰의 맛집 구성은 ‘일부러 찾아갈 만한 공간’으로써 가치를 갖게 됐다.
트렌드를 잘 타는 맛집은 명품 브랜드 매출을 웃도는 성적을 내기도 한다. 한화갤러리아에 따르면 지난해 4월부터 지난 3월까지 1년 동안 디저트·커피 매장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67% 증가했다. 갤러리아백화점의 대표 맛집으로 크로플(크루아상+와플)을 유행시킨 ‘새들러하우스’는 월평균 2억원의 매출을 올릴 정도로 인기를 모았다. 5평 규모의 새들러하우스가 기록한 매출은 30평 규모의 명품 의류매장 한 달 매출을 넘는 수준이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코로나19는 오프라인 유통업체에 치명적인 위기였던 게 분명하다”면서도 “그 위기를 극복해나가면서 ‘비대면 경제 시대에 오프라인 유통업계의 살 길’을 발견한 측면도 있다. 가능성이 확인된 만큼 도전해 볼 만한 여지가 존재한다는 것 또한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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