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용 반도체 부족 문제가 장기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이어지면서 국내 기업들이 미래 차량용 반도체 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내 완성차 생산이 줄줄이 중단되는 위기 속에서 지금부터라도 장기 대응책을 세우지 않으면 또다시 반도체 수급난에 시달릴 수 있다는 위기감에서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은 12일 산업동향보고서를 내고 최근 수급 차질이 가장 큰 품목으로 지목된 MCU(마이크로콘트롤유닛)의 주문이 폭주해 대만 TSMC에서 발주부터 납품까지의 소요기간이 기존 12~16주에서 26~38주로 늘어났다고 분석했다. TSMC는 전 세계 MCU의 70%를 생산하고 있다. 자체 MCU 생산 기반이 없는 대부분 국가는 반도체 수급난에 허덕일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연구원은 국내 기업이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와 같은 고성능 반도체 시장에 진출해 장기적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AP는 전기차나 자율주행차에 주로 사용될 미래형 반도체다. 높은 기술력을 요구하면서 반대로 수익성은 낮은 MCU 자체 생산에 뒤늦게 몰두하느니 차라리 업계에서 ‘블루오션’으로 평가받는 AP에 적극적으로 투자하자는 것이다.
업계 안팎에서 반도체 수급난에 대한 장기적 해결책을 모색하려는 배경에는 국내의 높은 해외 의존도가 자리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자동차 업계는 MCU를 포함해 차량용 반도체 물량의 98%를 해외에서 가져온다. 위탁 생산 지역에 자연재해나 수요 집중이 일어나면 언제든 공장 마비 사태가 재발할 수 있다는 뜻이다.
외부전문가들은 AP를 포함한 미래형 차량용 반도체를 아예 ‘전략물자화’해 정부와 민간이 협업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미국에서도 반도체 생산을 ‘내재화’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이미 형성되고 정부 차원의 논의가 시작되고 있다는 것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한국에서 자동차 수출이 차지하는 경제적 이득을 고려하면 차량용 반도체 생산 자립성을 키우기 위해 정부의 대대적인 민간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최지웅 기자 woo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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