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LH) 내부 직원 사이에도 신도시 사전투자 의혹에 대한 진상규명과 합당한 처벌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투기 비리 색출 엄포를 놓은 정부가 막상 실제로는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지난 14일 발표한 ‘LH 임직원의 실사용 외 토지 취득 금지’ 카드에 대해서는 ‘기본권 제한’ ‘과잉규제’라는 불만도 더해지는 분위기다.
LH의 한 지역본부에서 근무하는 A씨는 15일 “죄를 지은 자들은 반드시 합당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A씨는 “9000여명의 대다수 LH 직원은 준시장형 공기업 가운데 최하위 수준의 급여를 받으면서도 매주 야근을 하고 성실히 일하고 있었다”며 “직원 다수의 억울함을 풀기 위해서라도 국민 앞에 충분히 소명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LH 직원 사이에는 ‘투기를 하고 있는 자가 누구인지 우리도 알고 싶다’는 분위기가 만연하다고 한다.
비리가 폭로된 이후 LH 전 직원이 겪는 고충도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다른 LH 근무자 B씨는 얼마 전 공사 현장에 주차해둔 차량에 침이 뱉어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고 한다. B씨는 “나날이 해코지가 심해지고 있어 이제는 어디 가서 LH 직원이라고 말하기도 무섭다”고 전했다. 온라인에서 ‘LH 직원 2000명은 더 자살했으면 좋겠다’ ‘가족들도 다 같이 자살해라’ ‘사옥에 불을 질러 죽이고 싶다’ 등의 인신공격까지 더해지면서 직원들은 하루하루 괴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정부가 비리를 색출하겠다며 ‘LH 직원 전수조사’를 내걸었지만 내부에서는 오히려 조치가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6일 개인정보 동의서와 가족의 주민등록번호를 써낸 것 외에 별다른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LH 직원 C씨는 “주말에 개인정보 동의서를 내라는 지시가 내려오자마자 거부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나 역시 PC방까지 달려가 출력해 제출했다”고 전했다. 그는 “치매로 인해 요양병원에 계시는 할머니 주민등록번호까지 써낼 때는 참담했지만 이번 기회로 제대로 비리를 뿌리 뽑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그런데 정부에서 이렇게 전수조사를 간단하게 마친다니 직원으로서 오히려 답답한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정 총리가 전날 LH 임직원들의 실사용 외 토지 취득을 전면 금지하겠다고 밝힌 것에 대해선 ‘전 직원을 투기꾼으로 몰아가는 과잉규제’라는 반발이 나온다. C씨는 “토지 구입 단계에서 직원들이 내부 정보를 이용할 수 없게 하고, 묘목심기와 같이 보상가액을 높이기 위해 부정한 방법을 동원하는지 검증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게 먼저”라고 주장했다.
LH에서 고위급 일부 직원이 받아보는 정보와 평직원이 알 수 있는 정보 격차가 천양지차라는 점에서 세심한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복수의 LH 직원에 따르면 정보 자체가 1등급(관련 담당자) 2등급(동일 부서) 3등급(전 직원)으로 나뉘어 있어 일반 직원 대부분은 내부 개발정보를 얻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한다. 개발 지역의 사업을 총괄해 사전 정보를 얻을 가능성이 있는 처장 및 지역본부장급직원과 일반 평직원을 같은 선상에 두고 볼 수 없는 것이다. C씨는 “국가의 수사권을 다 동원해서라도 잘못한 사람을 다 색출해달라”고 호소했다.
강보현 기자 bob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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