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자신의 교회에 다니는 10대 자매를 수차례 성추행한 목사가 성인이 된 피해자들의 고소로 처벌을 받게 됐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춘천지법 형사2부(부장판사 진원두)는 청소년성보호법상 청소년 강간 등 혐의로 기소된 A씨(70)에게 징역 7년을 선고했다.
춘천시 한 교회의 목사로 지역아동센터도 함께 운영했던 A씨는 2008년 여름 당시 17세이던 B양을 사무실로 불러 유사성행위를 한 혐의를 받는다. 비슷한 시기 B양의 동생 C양(당시 14세)을 상대로도 가슴을 만지거나, 사무실로 불러 끌어안은 뒤 입을 맞췄고, 은밀한 공간에서 자신의 성기를 보게 하기도 했다.
A씨의 이 같은 범행은 10년이 넘게 지난 2019년 세상에 알려졌다. 성인이 된 C씨가 그해 집에 함께 있던 A씨와 첫째 언니의 모습을 본 뒤 트라우마가 되살아나 언니 B씨와 상의 후 고소한 것이다.
A씨는 재판 과정에서 피해자들을 전혀 추행한 적이 없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그는 피해자와 증인들 진술의 신빙성이 낮고, 당시 시설 환경에서 성추행하는 것이 불가능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피해자들이 추행 경위와 방법, 범행 장소의 구조, 범행 전후 피고인의 언행, 범행 당시 느낀 감정 등을 일관되게 진술한 점에 주목했다. 특히 A씨가 C씨에게 성기를 강제로 보여주며 ‘여호수아는 모세의 충성스러운 종이기 때문에 모세가 모든 것을 보여주고 내어줄 수 있는 사람이었다. 너도 나에게 충성스러운 종이 되어라’라는 취지로 말한 점, 범행 후 1만원을 준 점 등은 직접 경험하지 않고는 지어낼 수 없는 내용이라고 판단했다.
당시 집으로 돌아가면 더 힘든 상황이 기다리고 있었던 피해자들 입장에서 의지할 곳이 A씨 밖에 없었던 터라 곧바로 고소할 수 없었던 사정도 유죄 판단의 근거로 작용했다.
또 A씨가 2012년 아동센터에 다니던 11세 아동을 추행한 혐의로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받았던 사건과 이번 사건이 범행 대상, 경위 등에서 상당한 유사성을 가진 점도 피해자들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자신들도 비슷한 피해를 보았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법정에 나와 직접 증언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자신이 목사로서 갖는 권위와 피해자들의 가정환경 등으로 인해 피해자들이 피고인의 행동에 반항하거나 주변에 도움을 청하기 어렵다는 점을 악용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런데도 사건의 본질과 무관하게 피해자들을 이단으로 몰아세워 비난하는 태도를 보이며 반성하는 모습을 조금도 보이지 않고 있고, 피해자들로부터 용서받지도 못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A씨와 검찰이 판결에 불복하면서 이 사건은 항소심 재판을 앞두고 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
▶10대 자매 성추행한 목사 징역 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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