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력이 떨어진다고 스스로 느끼는 ‘주관적 인지기능 저하’가 치매 가능성과 관련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런 기억력 저하에 우울 증상이 함께 있을 경우 주의가 더욱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명우재 교수팀(성균관대 원홍희 교수 및 이영찬 연구원, 가천의대 강재명 교수, 순천향대 이혜원 교수 공동 연구)은 주관적 인지기능 저하와 치매의 상관관계를 조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2일 밝혔다.
실제 검사를 하면 정상 범주지만 환자 스스로 인지능력이 떨어졌다고 생각하는 것을 ‘주관적 인지기능 저하’라고 한다. 통상 수면 부족 같은 신체적 요인과 우울증 등 심리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자연스러운 기억력 감퇴나 사소한 건망증을 환자가 지나치게 의식하는 상황 정도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최근 주관적 인지기능 저하와 치매 사이 상관관계가 있음이 학계에 보고돼 관심이 높아졌다. 치매는 발병 시 손상된 인지능력을 돌이키기 어려워 사전 예방이 중요하다. 뚜렷한 임상 증상이나 검사 소견이 없어 간과되는 경향이 있었던 주관적 인지기능 저하가 치매의 전조 증상일 수 있다면 치매 예방이나 조기 치료에 중요한 단서일 수 있는 셈이다.
연구팀은 이에 국민건강보험공단 66세 건강검진 결과를 바탕으로 주관적 인지기능 저하와 치매의 상관관계를 조사했다.
연구에는 2009년부터 2011년까지 건강검진을 받은 57만9710명의 데이터가 사용됐다. 같은 기간 같은 연령대 인구의 절반가량에 해당하는 규모다. 연구팀은 성별, 소득, 약물복용력 등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변수들을 차단하고 객관적으로 분석하기 위해 조정 위험 비율(adjusted hazard ratio)을 산출했다.
국가 단위 대규모 데이터를 분석해 주관적 인지기능 저하 및 동반된 우울 증상과 치매의 상관관계를 확인한 최초의 연구다.
이 결과 66세에서 주관적 인지기능 저하 환자의 치매 위험은 일반인 대비 38% 높게 나타났다.
특히 우울 증상이 동반되는 경우 위험도가 50%까지 증가했고, 인지능력 저하를 심하게 느낄수록 치매 위험도 같이 상승했다.
이는 주관적 인지기능 저하가 단순히 환자의 개인적 느낌이 아니라 실제로도 치매와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시사한다.
명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는 기억력이 떨어진다고 느끼는 사람이 우울 증상을 함께 느낀다면 치매 조기 검진을 고려할 필요가 있음을 의미한다”며 “항우울제를 복용하면 치매에 걸린다고 생각해 기피하는 이들이 많지만 밝혀진 바와 같이 우울증 치료를 적극적으로 받는 것은 오히려 치매 예방에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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