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훈(49·사법연수원 30기) 법무부 검찰과장이 “직제개편안의 실무를 책임지고 있는 주무과장으로서, 검찰 구성원들께 우려를 드린 점 송구하다”고 13일 공개 사과했다. 대검찰청 조직 축소와 형사·공판부 확대를 담은 법무부의 직제개편안에 일선 검사들의 반발이 쏟아지자 담당 간부가 사과 입장을 밝힌 것이다.
김 과장은 이날 오전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검찰 구성원들께서 주신 의견들은 고마운 마음으로 무겁게 받아 들이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김 과장은 이어 “논란의 중심이 된 검찰 업무시스템 변화와 관련된 내용은 이번 직제개편안에는 반영되지 않은 부분임을 알린다”고 덧붙였다.
앞서 법무부는 지난 11일 대검에 직제개편안을 보내 의견조회를 요청했다. 대검 조직을 대폭 축소하고 형사부를 공판준비형 검사실로 개편, ‘1재판부 1검사 1수사관제’를 정착하겠다는 내용 등이 개편안에 담기자 검찰 내부 반발이 확산됐다.
정유미(48·30기) 대전지검 부장검사는 전날 이프로스에 글을 올려 “조잡한 보고서로 전국 일선청 검사들의 시간을 낭비하게 하고, 엄청난 스트레스에 시달리게 했으니 답변을 해 줘야 마땅하다”고 했다. 정 부장검사는 공판준비형 검사실로 개편한 뒤 형사부와 공판부 검사 업무의 차이가 무엇인지, 인력 문제 해결방안이 있는지 등을 물었다.
차호동(41·38기) 대구지검 검사도 11일 ‘직제개편안의 가벼움’이란 제목의 글을 올리고 “아무런 연구나 철학적 고민이 없다”고 비판했다. 이 글엔 공감을 표하는 검사들 댓글 100여개가 달렸다.
김 과장은 이번 직제개편안의 주된 내용은 일부 청 직접수사부서 개편, 대검 조직개편, 중앙지검 차장 산하 조정 등이라고 강조했다. 공판준비형 검사실 개편 등을 포함시킨 이유에 대해선 “내년 1월 수사권 개혁 하위법령 시행과 함께 검찰 업무 시스템은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며 “대검의 기능과 중앙지검의 체제가 형사·공판으로 확고하게 중심을 이동할 필요가 있다는 고민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개편안이 졸속이라는 지적과 함께 법무부의 아이디어가 법무·검찰개혁위원회에서 나온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김 과장의 사과글에 정희도(54·31기) 청주지검 부장검사는 댓글을 달고 “2~3일의 기간을 주면서 검토 의견을 달라는 것은 사실상 개편안을 밀실에서 확정하고 통과의례 형식으로 의견조회를 한 것이라는 것이 일선 검사들의 생각”이라고 꼬집었다.
정 부장검사는 이어 “법무·검찰개혁위원회와 의견을 공유했다면 정말 심각한 문제”라며 “개편안의 의도가 법무·검찰개혁위원회 권고안의 의도와 일맥상통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김 과장은 “법무·검찰개혁위원회와는 관련이 없고 의견을 공유한 바도 없었다”고 해명했다.
구승은 기자 gugiz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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