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민에게 지속적인 폭언과 폭행을 당하다 극단적 선택을 한 서울 강북구 아파트 경비원의 노제가 14일 치러졌다.
서울 강북구 우이동의 한 아파트에서 주민에게 폭언과 폭행을 당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망한 고(故) 최희석 경비원의 노제가 이날 아침 엄수됐다.
이날 새벽 노원구 상계백병원 장례식장에서 최씨의 발인식이 열렸다.
이후 장례식장을 출발해 고인의 집으로 향했다가 고인이 생전에 근무하던 아파트로 이동, 노제를 치렀다.
아파트 경비 초소에 마련된 분향소에는 운구 차량이 도착하기 전인 이른 새벽부터 10여 명의 주민이 고인의 넋을 기리기 위해 모였다.
분향소에는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아저씨의 착한 모습이 눈에 선하다”, “갑질 없는 곳에서 평안하세요” 등의 문구가 적힌 추모 메시지가 가득 붙어 있었다.
오전 5시20분쯤 영정 사진을 든 유족들이 분향소에 도착했다. 이 곳에서 아파트 주민과 유족들은 함께 노제를 지냈다.
아파트 단지는 슬픔에 잠겼고 간간이 울음소리가 들렸다.
고인의 여동생은 “우리 오빠가 얼마나 착한데, 아이고 불쌍해. 우리한테 말이라도 하지 그렇게 맞고 있냐. 이런 데서 사람 대우도 못 받고 일하면서…”라며 오열했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주민들도 참지 못하고 눈물을 터트렸다.
주민 정옥자(63)씨는 고인에게 보내는 편지를 꺼냈다. 편지에는 “이렇게 보내는 마음 미안하고 아쉽다. 이승의 슬픔과 서러움을 훌훌 벗어버리고, 다시 사는 세상에서는 부디 꽃길만 걷길 바란다”고 적혔다.
정씨는 “당신을 기억하며 당신이 꿈꾸던 ‘착한 세상’을 가꿔가겠다”는 말로 낭독을 마무리한 뒤 노란 편지지를 태워 하늘로 올려보냈다.
이 아파트의 경비원으로 근무하던 최씨는 지난달 21일 주차 문제로 주민 A씨와 다툰 뒤, A씨로부터 지속해서 폭행과 폭언을 당하다가 지난 10일 ‘억울하다’는 취지의 유서를 남기고 극단적 선택을 했다.
최씨는 숨지기 전인 지난달 말 A씨를 상해와 폭행, 협박 등의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A씨는 여러 시민사회단체가 모여 만든 ‘고 최희석 경비노동자 추모 모임’으로부터도 고발당한 상태다.
최씨의 억울함을 풀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물에는 이날 오전 9시까지 33만8000여명의 동의를 받았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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