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살 남자 어린이 A군은 얼마 전 집 앞에서 킥보드를 타다가 넘어져 앞니가 부러지고 입술이 찢어지는 사고를 당했다. 다행히 사고 직후 치료를 잘 받았지만 이후에도 계속 경과를 지켜봐야 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어린이들에게 킥보드나 자전거 같은 승용 완구가 인기를 끌면서 행여나 아이가 다치지 않을까 걱정하는 부모들이 늘고 있다.
행정안전부의 ‘2019년 어린이 놀이시설 중대사고 분석결과’에 따르면 골절, 치아 손상 등 부상 정도가 심한 안전사고는 5월에 전체의 14.9%(60건)가 발생해 최다를 기록했다.
킥보드 등을 타다 넘어져 다치는 얼굴 부위는 치아 뿐만 아니라 두개골, 눈·귀 등 다양하다.
특히 아이의 치아가 손상되면 행동 조절적인 부분과 영구 치아의 발육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치아 외상 직후 최대한 빨리 가까운 병원을 찾아 검사와 진단을 받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부러진 치아 부위가 작다면 살짝 다듬어 주기만 할 수도 있다. 약간의 시린 증상이 있을 수 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괜찮아진다. 부러진 부위가 넓으나 신경까지 도달하지 않았다면 레진(충전재)을 사용해 치아 모양을 만들어 줄 수 있다.
김미선 강동경희대병원 소아청소년치과 교수는 5일 “만약 부러진 치아 조각을 가져온다면 치과에서 부착도 가능하지만 부러진 조각이 여러개이거나 오염이 심하면 접착이 힘들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부러진 부위가 넓으면 추후 보철 수복이 필요할 수 있다.
신경이 노출될 정도로 치아가 많이 부러졌다면 우선 신경치료를 해야 한다. 치아의 부러진 정도, 신경 노출 범위, 치아 뿌리 형성 정도에 따라 신경치료가 행해지는 깊이와 방법이 결정된다. 신경치료가 끝나면 레진 수복이나 부러진 조각을 붙이는 치료를 진행한다.
영구치 앞니가 완전히 빠졌다면 빠진 치아를 가능한 빨리 다시 심어야 한다. 다시 심은 치아는 움직이지 않도록 주위 치아들과 연결해 일정 기간 고정해야 한다. 고정 기간은 다친 정도에 따라 다르며 고정 장치를 제거한 후에도 정기 검사를 받아야 한다.
빠진 치아는 어떻게 가져가야 할까. 김 교수는 “빠진 치아를 보관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탈구 치아 보관용액 또는 차가운 우유, 식염수에 담아오는 것”이라며 “소독용 알코올이나 수돗물에 담가오거나 휴지에 싸서 건조된 상태로 가져오는 것은 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가능한 한 빨리 치과를 방문해 빠진 치아가 외부에 노출되는 시간을 줄여야 치료 결과가 좋다.
외상을 받은 치아는 색이 변하거나 신경이 손상돼 잇몸에 고름이 생길 수 있다. 신경 손상은 사고 직후가 아니라 시간이 지나면서 나타날 가능성이 있으므로 주기적으로 손상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외상 후유증으로 치아 뿌리가 녹아서 길이가 짧아지거나 두께가 얇아질 수도 있다. 유치가 손상됐다면 바로 아래 영구치에 다양한 이상을 유발할 수도 있다.
마우스 가드는 직접적인 외상으로부터 치아를 보호하고 입술, 볼, 혀 등의 손상을 방지할 목적으로 구강 내에 끼우는 장치다. 외력으로부터 턱관절을 보호하는 동시에 뇌로 전달되는 충격 또한 완화해 뇌 손상을 막아준다. 마우스 가드는 시중에서 팔리는 기성품과 치과에서 제작하는 개인 맞춤형이 있다. 기성품은 유지력이 약하고 부피가 크며, 발음과 호흡을 방해할 수 있고 보호력이 약하기 때문에 추천되지 않는다. 치과에서 개개인의 입안에 맞게 맞춤형으로 제작하는 것이 좋다.
치아 외상 후에도 주의가 필요하다. 외상 받은 부위는 통증, 부기가 나타날 수 있다. 냉찜질을 이틀 정도 하면 완화된다. 구강위생 관리도 철저히 해야 한다. 외상 당한 치아는 부드러운 칫솔로 조심히 칫솔질하고 나머지 부위는 평소처럼 칫솔질한다. 칫솔질 할 수 없는 부위는 구강 세정액이나 처방받은 가글액 등을 이용한다.
또 외상 받은 치아에 힘이 가해지지 않게 주의해야 한다. 며칠 동안은 유동식을 먹어야 한다. 치료가 끝나도 외상 받은 치아는 아껴 써야 한다. 아울러 불편함이 없어도 정기검진을 꼭 받아야 한다. 집에서도 치아 변색, 통증, 흔들림, 잇몸에 고름이나 물집이 생기는지 관찰해야 한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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