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 개발 일정을 앞당겨 이르면 오는 7월 말 인체 투여 임상시험을 시작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서정진 회장은 23일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질병관리본부에서 환자 면역세포를 수령한 후 3주가 지난 현재, 항원에 결합하는 항체 후보군 300개를 확보했다”며 “항체 치료제 개발에서 가장 핵심적인 첫 단계를 완료했다”고 말했다.
일반 항체 치료제 신약개발의 경우 보통 이 단계까지 3~6개월이 걸린다. 셀트리온 연구개발진이 24시간 교대 체재로 총 투입돼 이뤄낸 성과라는 게 서 회장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인체 임상이 가능한 제품 개발 완료 목표 시점을 기존 6개월 내에서 4개월 내로 앞당겼다. 오는 7월 말까지 인체 투여 준비를 마치겠다는 의미다. 서 회장은 “대량 생산 물량도 확보해 신속하게 치료제로 공급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셀트리온은 서울대병원 등 의료기관의 협조를 통해 회복환자의 혈액을 우선 확보했다. 이후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인간 세포 감염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바이러스 표면단백질(스파이크)을 무력화하는 데 적합한 항체를 찾아냈다. 환자 혈액에서 항체 유전 정보를 가진 DNA를 추출해 유전자 증폭 과정을 거치고, 항체 발굴에 필요한 후보군을 추려내야 한다. 서 회장이 설명한 300종은 이번에 선별된 1차 항체 후보군이다.
셀트리온은 현재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를 이용한 시험관 내 중화능 검증법을 진행하면서, 2차 후보 항체군 선별작업에 돌입한 상태다. 해당 중화능 검증법은 질본, 충북대학교와 협업한다. 이 방법을 통해 선정된 후보 항체는 동물 모델에서 치료 효능, 항체 고유 특성 평가 등 일련의 추가 검증과정을 거쳐 최종 항체로 선정된다.
임상시험은 ▲경증 환자엔 중화 항체 단독요법 ▲중증 환자엔 중화항체+항바이러스제 병용요법 2트랙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중화 항체는 바이러스를 중화시키고 감염증의 회복을 돕는 기능성 항체를 말한다.
서 회장은 “빠르면 한 달, 늦어도 2~3개월 안에는 코로나19에 최적화된 항바이러스제가 전 세계적으로 선별될 것”이라며 “우리가 임상시험에 돌입할 때는 최적화된 항바이러스제와 우리의 항체 병용요법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했다.
이어 “글로벌 임상 계획도 병행하면서 치료제의 신속한 해외 공급을 준비할 예정”이라며 “이미 대량생산 능력도 확보했다. 7월 말 인체 투여와 함께 대량생산 물량도 확보해 신속하게 치료제로 공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변이에 대응하기 위한 슈퍼항체 개발도 계속하고 있다. 더 많은 회복환자의 혈액표본을 확보해 사스나 일반 감기를 일으키는 바이러스까지 모두 중화시키는 ‘슈퍼 항체’ 선별 작업도 이달 중 착수한다.
개발 중인 진단키트는 코로나19에만 존재하는 ‘S단백질’을 검출하는 방식이다. 현재 표준 검사법인 유전자 증폭검사(RT-PCR)에 근접한 성능을 보여줄 것으로 셀트리온 측은 기대하고 있다. 이들에 따르면 검사 결과는 15~20분 정도면 나온다.
서 회장은 “민감도와 정확도를 충족하는 항체를 스크리닝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며 “제품의 키트화는 전문업체와의 협업을 통해 4월 말 시제품 생산을 완료하고, 5월 말까지 임상을 완료해 유럽 수출용 CE 인증을 필두로 한국과 미국에서도 관계기관에 인증을 신청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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