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찾으려 해도 보이지 않던 중국인 불법체류자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한 두려움으로 제주 탈출 행렬을 이뤘다. 제주출입국·외국인청에 몰린 250여명의 중국인 불법체류자들이 출국신고서를 내겠다며 몰리는 과정에서 일부 몸싸움도 벌어졌다.
“나부터!” “아니, 내가 먼저 왔잖아!”
법무부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지난 1월부터 자진 출국 불법체류자들에게 입국금지 및 범칙금을 면제해주고 재입국 기회를 부여하는 등 불법체류자 자진 출국을 유도한지 약 2개월이 지났다. 여기에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경기가 침체되면서 일감도 줄자 중국인 불법체류자들의 귀국 발길은 더욱 바빠지고 있다.


3일 제주출입국·외국인청은 중국인 불법체류자들의 탈출행렬로 어지러웠다. 이날 오전 많은 불법체류자가 몰려와 제주출입국·외국인청을 둘러싸면서 건물을 포위한 듯한 모습을 연출했다. 그간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숨어있던 중국인 불법체류자들이 제주를 빠져나가기 위해 대거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이날 자진 출국 신고를 하러 온 중국인 A씨(41·여)는 1년간 제주에서의 불법체류 생활을 접고 고향인 중국 지린성 창춘시로 돌아간다고 연합뉴스에 밝혔다. 식당에서 일하는 A씨는 “한국 코로나 전파 속도가 너무 빠르다. 상황이 이렇지만 아직도 내가 근무하는 제주시 연동에는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다니는 사람이 많다”며 “고향에 있는 가족이 걱정을 많이 해 돌아가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들어 제주~중국행 비행기도 재개돼 주변 중국 지인과 함께 자진 출국 신청을 하기 위해 새벽 5시부터 줄을 섰다”며 “더 빨리 온 사람들은 새벽 2시에 온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부터 1년째 불법체류를 했다는 B씨는 “코로나19로 인해 제주 건설 현장 등에서 일거리가 없다”며 “더 머물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또다른 불법체류 중국인인 쉬모(43·여)씨는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에서 코로나가 퍼지는데도 사람들이 마스크를 쓰지 않고 돌아다닌다. 코로나 감염이 걱정돼 잠시 본국에 돌아가 있을 예정”이라며 “돌아가면 당국에서 약 2주간 자가격리 조치를 해주기로 했다. 모든 비용을 국가에서 지불해 부담도 없다”고 자진 출국 이유를 설명했다.
제주출입국·외국인청 관계자는 “지난주에 하루 70여명 수준이던 불법체류자 자진출국 신고자가 이번주 들어 크게 늘었다”며 “어제는 100여명, 오늘은 250여명으로 한국을 떠나려는 불법체류자의 신고가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제주출입국·외국인청은 제주에 1만명가량의 불법체류자가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법무부가 코로나19 대책으로 자진 출국을 유도한 이후 지난달 1일부터 25일까지 도내에 230명의 불법체류자가 자진 출국 신고를 했고 이중 54명이 출국했다. 176명은 현재 출국 대기 중이다. 출입국관리법에 따르면 제주출입국·외국인청장은 자진 출국을 하려는 외국인에게 30일의 범위 내 출국기한을 정해 출국명령서를 발부하게 된다. 이 때문에 자진 출국 신고 일시와 실제로 자진 출국하는 날짜에는 차이가 있다.
제주를 빠져나가려는 중국인들이 늘면서 지난달 16일 중국 동방항공사의 마지막 운항 이후 완전히 끊겼던 하늘길도 다시 열렸다. 중국 춘추항공은 지난달 27일부터 제주와 상하이를 연결하는 항공편을 하루 2회 운항하고 있다. 상하이를 기점으로 중국 길상항공도 3일부터 운항을 재개했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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