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용의 K리그 복귀가 무산됐지만 그 후폭풍은 거세다. 이적 과정에 실망한 FC 서울 팬들이 구단에 진정성 있는 소통을 요구하고 있는 가운데 올 시즌 K리그 복귀를 포기한 기성용은 해외 리그 진출이 임박한 상태다.
서울 팬들은 17일 간담회 요청서를 구단에 전달했다. 13일부터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진행된 간담회 연명엔 총 2270명의 팬들이 동참했다. 이들은 “기성용 이적 과정은 견딜 수 없이 힘든 시간이었다”며 구단이 팬들과 적극적인 대화에 나설 것을 요구했다.
기성용의 복귀는 11일 기성용 에이전트 C2 글로벌이 협상 종료를 선언하면서 없던 일이 됐다. 친정팀 서울 복귀를 타진한 기성용은 협상에 난항을 겪었고, 무산 직후엔 인스타그램에 ‘거짓으로 나에게 상처를 준다면 나도 진실로 상처를 줄 수 있다’는 문구를 게시하기까지 했다. 서울이 프랜차이즈 스타인 기성용에 상처를 줬다는 소문도 돌아 구단에 대한 비판은 극에 달했다.
서울 팬들이 적극적인 행동에 나선 건 비단 기성용 이적 무산에 대한 반발심 때문만은 아니다. 구단이 그동안 보여준 ‘불통’ 행보에 대한 불만이 기성용 사태를 계기로 터져 나온 것이다.
요청서 작성을 주도한 이병구(40·직장인)씨는 18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서울은 그동안 선수를 소유물, 팬은 소비자로만 대하며 일방통행식 소통을 해왔다”며 “기성용을 꼭 영입해달라는 게 아니라, 그 과정에서 상처 입은 선수와 팬들을 무시하지 말고 최소한의 소통이라도 해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성용 뿐 아니라 레전드 아디에 대한 은퇴 종용, 데얀의 라이벌 구단 이적 문제, 원클럽맨 한태유의 은퇴, 고광민의 군입대 등 많은 상황들에서 구단은 팬들에 아무런 설명도 없었다는 것.
서울의 최대 온라인 팬 커뮤니티 ‘서울라이트’의 운영자 이준서(24·대학생)씨도 “구단이 선수를 아껴줘야 할 구성원으로 여겨야 한다”며 “간담회에선 구단이 권위주의적 태도를 버리고 팬을 위해 팀을 운용하겠다는 마음을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요청서를 전달 받은 서울 측은 “오늘(18일) 홈경기 일정을 마친 뒤 추후 간담회 개최에 대해 협의할 것”이라고 전했다.
논란의 중심에 선 기성용은 현재 해외 리그 이적이 가시화된 상태다. 스페인 2부리그 SD 우에스카를 비롯해 중동과 미국팀까지 총 3팀과 협상 중이다. C2 글로벌 관계자는 “세 팀이 적극적인 영입 의사를 밝혀 동등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는 상태”라며 “선수가 시급히 경기에 뛰고 싶어해 며칠 내로 공식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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