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고 싶은데…”
“만지고 싶은데…”
“손잡고 싶은데…”
3년 전 세상을 떠난 딸과 엄마가 가상현실에서 만났다. 그토록 보고 싶었던 딸을 만난 엄마는 애간장이 녹았다. 안고 싶고, 만지고 싶고, 손이라도 잡고 싶은데, 아이가 코앞에 있는데도 그럴 수 없다는 현실에 안타까움만 커졌다.
6일 방송된 MBC 특집 가상현실(VR) 휴먼 다큐멘터리 ‘너를 만났다’는 3년 전 혈액암으로 갑자기 세상을 떠난 딸 나연이를 엄마 장지성씨가 가상현실에서 만나는 국내 초유의 프로젝트를 보여줬다.
모녀의 만남을 위해 국내 최고의 VR기술진이 협력했다. 제작진은 나연이의 생전 모습이 담긴 영상을 분석해 몸짓, 목소리, 말투를 분석해 모션 캡션 기술을 활용해 생동감있게 구현했다.
VR장비를 착용한 장씨는 딸을 만나기 위해 가상현실로 들어갔다. 가상현실에서 장씨는 딸을 찾으며 두리번거렸다. 이때 나연이가 생전에 부르던 노래가 울려 퍼졌다. 이후 ‘엄마’하고 외치며 나연이가 뛰어나왔다. 나연이를 본 장씨는 눈물이 터졌다.
나연이는 “엄마 어디 있었어?” “엄마 내 생각해?”라고 질문을 쏟아냈다. 이에 눈물을 흘리며 “항상...맨날 해”라고 답했다. “나는 엄마가 많이 보고 싶었어”라는 나연이의 말에 엄마는 “엄마도 너 보고 싶었어”라고 답하며 나연이를 만지려 애썼다. “나연이 잘 있었어?”라고 물어보면서도 장씨는 계속 나연이를 잡고 싶어 손을 허우적댔다.
하염없이 쏟아지는 눈물을 어쩌지 못한 장씨는 “예쁜 나연이, 잘 있었지?”라며 나연이를 만지려 애썼다. 결국엔 “엄마 나연이 안아보고 싶어. 나연이 너무 보고 싶었어”라며 오열했다. 나연이는 태연하게 “엄마 나 예뻐?”라며 해맑게 웃었다.
이날 방송에서 모녀는 생일잔치를 했다. 나연이는 “엄마가 울지않게 해달라”는 소원을 빌었고 엄마는 “나연이를 그리워하는 대신 더 사랑하겠다”고 다짐했다. 장씨는 VR이긴 하지만 나연이와의 만남을 통해 위로와 함께 치유의 힘을 얻었다고 말했다.
방송이 끝난 후 ‘너를 만났다’는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올랐고,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영화의 한 장면 같다” “너무 감동적이지만 너무 안타깝다” “눈물이 멈추질 않는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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