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법무부 장관이 26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지난 23일 자택 압수수색을 하던 검찰 관계자와 직접 통화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검찰은 격앙된 분위기다. 조 장관은 당시 부인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로부터 전화를 갑자기 건네받은 검사를 상대로 “장관입니다”라고 첫마디를 건넸다고 한다. 이에 대해 검찰은 “심히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조 장관이 수사에 개입했다고 반발한 것으로 조 장관 등 여권과 검찰의 갈등이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을 상대로 당시 상황에 대해 “(조 장관과 압수수색팀과의) 대화 내용은 와이프가 몸이 좋지 않고 아들과 딸이 집에 있으니 신속하게 압수수색을 진행해 달라는 취지였다”고 설명했다. 법무부 장관이 자택에 압수수색을 하러 온 검사에게 “신속하게 하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이는 조 장관의 해명과는 다른 것이다. 조 장관은 대정부질문에서 “처의 건강 상태가 너무 안 좋은 것 같으니 놀라지 않게 압수수색을 진행해 달라고 한 것이 전부”라며 “당시로 다시 돌아가도 가장으로서 그렇게 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 측은 격앙된 분위기다. “조 장관께서 통화한 검사에게 신속하게 압수수색을 진행해 달라는 취지의 말씀을 여러 차례 했다”며 “전화를 받은 검사는 절차에 따라 신속하게 하겠다고 응대를 수 차례 했다”고 전했다. 당시 전화를 직접 받았던 검사는 그런 과정 자체가 심각하게 부적절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상황을 재구성하면 검찰 압수수색팀은 오전 9시30분쯤 주거지에 도착해 정 교수에게 영장을 제시했다고 한다. 정 교수는 변호인이 도착할 때까지 기다려달라는 입장을 전해 검찰 관계자들은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 정 교수는 누군가와 통화를 했다. 그리고 갑자기 현장 압수수색 팀장인 특수2부 소속 검사에게 전화기를 바꿔준 것으로 알려졌다.
특수2부 소속 검사가 전화를 받으니 건너편에서는 첫 마디로 “장관입니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검사는 조 장관이 갑자기 자신의 신분을 밝히자 특수2부라고 소속을 밝혔다. 조 장관은 “처가 몸이 좋지 않고 아들과 딸이 집에 있으니 신속히 압수수색을 진행해달라”고 말했다. 조 장관은 이를 수차례 반복적으로 지시했다고 한다. 당시 검사는 “절차에 따라 신속히 집행하겠다”고 답했다.
조 장관의 통화 내용은 지시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고 법조계에서는 말한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장관이 전화해서 신속하게 하라는데 그것을 그냥 ‘부탁’으로 받아들일 수 있겠느냐”며 “사실상 외압 아니냐”고 지적했다. 다른 변호사는 “장관으로서 절대 통화를 하지 말았어야 했다”며 “통화 자체만으로 수사에 개입한 것이 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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