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커창 중국 총리가 중국의 6%대 경제성장률 유지가 쉽지 않다고 밝혔다. 중국의 지난달 산업생산도 17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면서 경기 침체가 더욱 가속화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16일 중국 정부망에 따르면 리커창 총리는 러시아 언론과의 문답에서 “국제 정세가 매우 복잡하게 얽혀 있다”며 “중국 경제가 6% 이상의 중고속 성장률을 유지하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리 총리는 “세계 경제 성장이 둔화하고 보호주의와 일방주의가 강화되면서 중국 경제도 하방 압력을 받고 있다”면서도 경기 부양을 위한 대규모 유동성 공급은 자제하겠다고 말했다.
중국은 한때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했으나 2011년 이후 꾸준히 하락해 지난해에는 6.6%까지 떨어졌다. 올들어서는 1분기 6.4%로 떨어졌고 2분기에는 27년만의 최저인 6.2%를 기록했다. 3분기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더욱 낮아질 것으로 예상돼 중국 정부의 올해 경제 성장 목표치인 ‘6.0∼6.5%’ 달성도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중국의 8월 경제 지표도 부진하게 나왔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8월 중국의 산업생산은 작년 동월 대비 4.4% 증가에 그치며 2002년 2월(2.7%) 이후 17년여 만에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로이터 통신은 이에 대해 “무역 전쟁과 수요 감소 충격 속에 경제가 더 악화할 수 있는 신호”라고 지적했다. 8월 소매판매도 작년 동월 대비 7.5% 증가해 전달(7.6%)과 시장 예상치(7.9%)보다 모두 낮았다.
앞서 7∼8월 생산자물가지수(PPI) 증가율은 두 달 연속 마이너스를 나타내면서 장기 디플레이션 국면이 나타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국제 신용평가사인 피치는 지난 9일(현지시간) 발표한 글로벌 경제전망(GEO)에서 중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6.1%, 내년 전망치는 5.7%로 하향 조정했다.
중국 경제가 고전하는 것은 미·중 무역전쟁 와중에 홍콩 시위 사태까지 불거지는 등 여러 악재가 동시에 부담을 주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중국 정부는 홍콩에서 송환법 반대 시위가 100일째 이어지고 있지만 뚜렷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중국은 추락하는 경제를 살리기 위해 어떻게든 미·중 무역협상을 조기에 타결해야 하는 입장이어서 홍콩에 본토의 무력개입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시위가 3개월을 넘어서고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까지 불태워지는 등 국가 이미지 훼손이 심각해지고 있지만 ‘엄포’ 외에 손을 쓰지 못하고 있다.
특히 미·중 무역전쟁으로 수출 전진기지인 광둥성과 장쑤성 등 남부 지역의 타격이 심각한 상황에서 홍콩 경제까지 시위로 직격탄을 맞고 있다. 특히 홍콩 시위대는 미국과 영국 등 서방 국가에 지원을 호소하면서 중국의 대외 이미지도 크게 손상되고 있다.
다만 중국 정부가 보름정도 남은 10월 1일 건국 70주년 기념일을 의식해 과도한 대응을 자제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시진핑 지도부는 대내외에 중국의 국력과 글로벌 파워를 과시하기 위해 올해 건국 70주년 행사를 대대적으로 준비해왔다. 따라서 국경절 행사가 끝나면 미중 무역전쟁이나 홍콩 시위에 대한 대응 방식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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